배경과 가치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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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시어머니 (박 여사): 70대 후반,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시하며,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지만 표현이 서툴다. 평생을 농사일과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하며 살아왔다.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며느리 (최수진): 30대 중반, 도시에서 자란 전문직 여성. 합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워킹맘으로서 육아와 직장 생활에 지쳐 있으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남편 (김민준): 40대 초반, 박 여사의 아들이자 수진의 남편.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등하며 힘들어한다.

 

장면: 시어머니 박 여사의 시골집 부엌. 수진은 주말을 맞아 남편과 아이와 함께 시댁에 방문했다.

 

 


 

쨍한 햇살이 쏟아지는 시골집 부엌, 며느리 수진은 땀을 뻘뻘 흘리며 텃밭에서 뜯어온 깻잎을 다듬고 있었다. 옆에서는 시어머니 박 여사가 묵묵히 멸치 육수를 내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만이 감도는 부엌, 그 침묵만큼이나 두 사람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느껴졌다.

 

“어머니, 깻잎 다 다듬었어요. 이제 뭐 할까요?”

 

수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박 여사는 힐끗 깻잎을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씻어. 그리고 칼질은 너무 크게 하지 말고, 반듯하게 썰어야 돼.”

 

수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반듯하게’라는 말, 박 여사는 늘 ‘반듯함’을 강조했다. 반듯한 며느리, 반듯한 살림, 반듯한 음식… 도시에서 자유롭게 자란 수진에게 ‘반듯함’은 숨 막히는 굴레처럼 느껴졌다.

 

“네…”

 

수진은 애써 밝게 대답하며 깻잎을 씻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여사의 잔소리는 꼬리를 물었다.

 

“싱크대 물 튀기지 않게 조심하고, 행주 좀 제대로 빨아 써. 며칠 전에 보니 쉰내가 나더라.”

“어머니!”

 

수진도 참았던 감정이 터져 버렸다.

 

“제가 어머니처럼 깔끔하게 못 하는 거 알잖아요. 직장 다니랴, 애 키우랴 얼마나 정신없이 사는지 어머니는 모르시죠? 어머니는 평생 집에서 살림만 하셨으니까, 제 마음을 이해 못 하시는 거예요!” 정적.

박 여사는 하던 일을 멈추고 수진을 빤히 쳐다봤다. 그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다.

 

“그래, 나는 평생 집에서 살림만 했지. 너처럼 번듯한 직장 다니는 며느리는 못 돼서 미안하구나.”

 

박 여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수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박 여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어머니, 그게 아니라…”

 

수진은 당황하며 변명하려 했지만, 박 여사는 등을 돌려버렸다.

 

“됐다. 너는 들어가 쉬어. 저녁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날 저녁 식탁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남편 민준은 눈치만 보며 밥을 먹었고,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칭얼거렸다. 수진은 밥맛을 잃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홀로 남은 수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박 여사의 눈물, 그리고 ‘평생 집에서 살림만 했다’는 말… 수진은 문득 박 여사의 삶이 궁금해졌다. 도시에서만 자란 수진은 시골 생활을, 농사일을, 그리고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삶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수진은 용기를 내어 박 여사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니, 혹시 괜찮으시다면… 어머니 젊으셨을 때 이야기 좀 해주세요.”

 

박 여사는 의외라는 듯 수진을 쳐다봤다. 하지만 곧 굳었던 얼굴이 조금 풀리며 먼 곳을 바라봤다.

 

“내 젊을 적엔… 논밭일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흙먼지 속에서 살았어. 먹을 거, 입을 거 부족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도 자식들 굶기지 않으려고, 남들처럼 배우게 하려고 악착같이 살았어.”

 

박 여사는 마치 먼 옛날이야기를 하듯 나지막이 읊조렸다. 수진은 처음 듣는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박 여사의 젊은 시절은 고생과 희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진은 박 여사의 삶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되고 힘들었음을 깨달았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수진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 박 여사의 삶은 수진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풍요로운 삶과는 너무나 달랐다. 박 여사는 자신의 배경과 가치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것이다.

 

 

“어머니…”

 

수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박 여사의 손을 잡았다. 박 여사는 깜짝 놀라 수진을 쳐다봤다. 수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어머니 마음도 모르고 너무 함부로 말했어요.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세요. 존경해요.”

 

수진의 진심 어린 사과에 박 여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박 여사는 수진의 손을 꼭 잡으며 흐느꼈다.

 

“아니다… 나도 네 마음 몰라줘서 미안하다. 너도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내가 너무 몰랐어.”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한참 동안 울었다. 깻잎을 다듬던 부엌은 눈물바다가 되었지만, 그 눈물은 그동안 쌓였던 오해와 갈등을 녹이는 따뜻한 눈물이었다.

 

그날 이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박 여사는 수진에게 잔소리 대신 따뜻한 격려를 건넸고, 수진은 박 여사의 경험과 지혜에 귀를 기울였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두 사람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갔다.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마당에서, 박 여사와 수진은 함께 김장을 담그고 있었다. 붉은 고춧가루가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서로 웃으며 김치를 버무리는 모습은 여느 고부와 다를 바 없이 정겹고 행복해 보였다. 배경과 가치관은 달랐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그 어떤 차이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감동적인 화해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과학적, 심리학적 요소 분석:

 

이 소설은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고부 갈등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해소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 속에는 다양한 과학적, 심리학적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사회인지적 관점: 배경과 경험의 중요성:

 

소설 속 갈등의 근본 원인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시어머니는 농촌에서 자라 전통적인 가치관을 내면화했고, 며느리는 도시에서 자라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차이는 사고방식, 생활 방식, 가치관의 차이를 낳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사회인지 이론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는 사회적 환경과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고 봅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서로 다른 사회적 환경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 **인지적 스키마(schema)**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서적 공감과 유대감 형성: 옥시토신의 역할:

 

갈등 해소의 결정적인 계기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정서적 공감을 느끼면서 시작됩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고생과 희생을 이해하고 존경심을 느끼면서, 시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옥시토신은 사회적 유대감, 신뢰, 공감 능력을 증진시키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공감하고 유대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옥시토신 분비가 활성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착 이론적으로도, 공감과 이해는 안정적인 애착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지적 재구성: 관점 전환의 효과: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자신의 관점에서만 시어머니를 평가하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인지적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을 통해 시어머니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면서,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게 됩니다.

인지 행동 치료에서는 인지적 재구성을 통해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며느리의 관점 전환은 인지적 재구성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통 방식의 변화: 경청과 공감적 대화:

 

갈등 해소 후,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로를 비난하거나 잔소리하는 대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대화를 시도합니다. 이러한 경청과 공감적 대화는 오해를 해소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간 중심 상담에서는 공감적 이해,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진솔성을 상담의 핵심 요소로 강조합니다. 소설 속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변화된 소통 방식은 인간 중심 상담의 원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 경과와 관계 발전: 장기적인 관계의 중요성:

 

소설은 단순히 갈등 해결 과정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은 갈등 예방 및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발달 심리학적으로, 인간 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발전은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감동적인 화해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공감, 이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심리학적,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사회인지, 정서적 공감, 인지적 재구성, 소통 방식 변화, 장기적 관계 등의 요소들이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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