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728x90
폐업 통지서 받은 날, 옆집 세탁소에서 찾은 낡은 교복열흘 남은 재건축 통지서참새문구의 셔터를 반쯤 올리던 윤서의 손끝이 뚝 멈췄다. 유리문에 붙은 노란 종이 한 장, '재건축 정비사업 시행에 따른 철거 예정 안내'라는 글자가 아침 햇살 아래 유독 선명했다. 종이 아래쪽 날짜를 손끝으로 짚어 보니딱 열흘이 남아 있었다. 10년째 이어온 아버지의 가게였다. 골목 끝에 대형 문구 프랜차이즈가 들어선 뒤로 매출은 반쪼가리로 쪼그라들었지만, 서랍 깊숙이 넣어둔 아버지의 낡은 공책만은 차마 치우지 못했다. 그 공책엔 예전에 돈 없는 아이들에게 몰래 공책을 쥐어주고 적어둔 이름들이 빼곡히 남아 있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발걸음을 재촉했고, 윤서는 그 평온한 풍경이 낯설게만 느껴졌다."허,..
1926년 11월 5일, 런던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백 년이 지난 2026년 11월 5일, 그 아이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문장은 여전히 책장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존 버거는 1926년부터 2017년까지 아흔 평생을 살았습니다. 양차대전과 냉전, 디지털 시대까지 통과한 그의 시선은 그림과 사진, 노동과 땅을 가리지 않았습니다.그의 십주기는 2027년 1월 2일입니다. 탄생 백주년과 겹치는 이 시기, 열화당은 요란한 기념행사 대신 책 한 권을 내놓는 쪽을 택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알아봄: 존 버거의 산문》은 거창한 헌정이 아니라, 그가 평생 해온 일을 그대로 잇는 조용한 응답입니다.30초 핵심 요약2026년 11월 5일은 존 버거 탄생 백주년, 2027년 1월 2일은..
건강이유 없이 눈물이 핑 돈 적이 있습니까. 드라마도 안 보는데 지하철에서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는 날이 있습니다.많은 사람이 이걸 눈 건조나 피로로만 넘깁니다. 하지만 가을 환절기에는 일조량 변화와 호르몬 리듬이 눈물샘보다 먼저 흔들립니다.결론부터 말하면, 환절기 눈물은 단순 안구 건조뿐 아니라 세로토닌 감소, 자율신경 불균형, 수면 리듬 변화가 겹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원인을 구분해야 관리 방향도 달라집니다.30초 핵심 요약가을철 눈물은 안구 건조와 감정 기복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일조량 감소는 세로토닌 분비를 줄여 기분 저하와 눈물을 함께 부릅니다.자율신경이 흐트러지면 눈물샘 분비도 평소보다 과민해집니다.수면 부족이 겹치면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져 눈물이 쉽게 납니다.낮 시간 야외 활..
이민 떠나기 열흘 전, 양철통 속에서 찾은 분꽃 편지이민 가방 싸던 밤, 선생님이 떠올랐다캐리어 지퍼를 끝까지 채우려다 말고, 도현은 손을 멈췄다. 서랍 맨 밑바닥에서 미끄러져 나온 낡은 사진 한 장이 발끝에 툭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반 전체가 운동장 분꽃 화단 앞에 서서 찍은 사진이었고, 맨 앞줄 가운데 선 젊은 여자 선생님의 얼굴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열흘 뒤면 도현의 가족은 뉴질랜드로 떠난다. 일곱 살 아들 하준이 봄가을마다 기침을 달고 살아서, 공기 좋은 곳에서 한번 키워보자고 아내 서연과 반년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짐은 절반도 못 쌌는데 머릿속은 벌써 비행기 안에 가 있는 것처럼 어수선했다.사진 속 선생님 이름은 문정희였다. 도현이 급식비도 겨우 내던 형편에 분꽃 ..
밤의 미술관그림 한 장 앞에서 십 분 넘게 서 있던 적 있습니까. 전시장 불빛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표정이, 밤이 되면 슬그머니 떠오릅니다.《열두 밤의 미술관》은 그 밤의 시간을 책 한 권에 옮겨 놓은 작업입니다. 저자 이지안은 도슨트이자 미술심리해설가로, 병원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화가의 기질과 상처를 읽어내는 사람입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19세기 말 벨 에포크를 살았던 열두 화가의 삶을 통해 화려함 뒤에 숨은 결핍을 추적합니다. 150여 점의 명화가 등장하고, 매일 밤 한 사람씩 도슨트가 안내하는 구성입니다.30초 핵심 요약저자 이지안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화가의 기질과 상처를 읽어내는 도슨트다19세기 말 벨 에포크 유럽을 살았던 열두 화가의 삶을 다룬다클림트, 고흐, 쉬잔 발라동, 파울라..
다섯 번째 낙방 후 바닷마을, 낯선 손을 다시 만나다다섯 번째 낙방, 구름포로 떠나다다섯 번째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진 날, 윤이안은 책상 서랍에 처박아둔 오래된 책들을 꺼내 상자에 담았다.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이제 와서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게무모하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지만, 더는 합격자 발표 화면을 새벽까지 들여다보며 울고 싶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품었던 꿈은 작은 책방 주인이었다. 부모님은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쳤고, 퇴직금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헐어 바닷마을 구름포에 가겠다고 했을 때는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도 이안은 짐을 쌌다. 구름포행 버스표 한 장과, 평생 모은 절판본 책 백여 권이 전 재산이었다.구름포에 도착한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계약한 가게는 선착장 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