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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셔터 내리기 전날, 스무 살이 문을 두드렸다목차마흔 해 동안 반죽만 주무른 손 월세가 두 배로 뛴다는 통보 카메라를 든 스무 살 손님 다은이 내민 세 가지 첫 촬영, 조용한 반응 이야기를 빼먹고 있었다 골목에 줄이 서던 아침 이 이야기 속 마음 읽기마흔 해 동안 반죽만 주무른 손재만은 올해 예순두 살이다. 새벽 네 시, 아무도 없는 골목에 제일 먼저 불을 켜는 사람이 그다. 스물두 살에 시작한 빵집이었다. 손가락 마디마다 밀가루가 낀 지도 벌써 마흔 해가 다 됐다.가게 이름은 미소당. 간판 글씨는 재만이 젊었을 때 직접 붓으로 썼다. 페인트가 벗겨져 두 번을 덧칠했지만 글씨체는 그대로 두었다. 처음 쓴 그 손 그대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단팥빵 하나에 천오백 원. 삼십 년 전 가격에서 겨우 오백 원..
닭은 달걀이 달걀을 만드는 방법일 뿐이다 — 이기적 유전자를 다시 읽는 이유목차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는 애초에 틀린 질문이다 선택의 단위를 개체에서 유전자로 옮기다 이타적 행동, 개미는 왜 여왕을 위해 죽는가 가장 큰 오해부터 정리하자 밈, 유전자를 떠난 두 번째 복제자 왜 지금 다시 읽을 가치가 있나 자주 묻는 질문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는 애초에 틀린 질문이다닭은 달걀이 또 다른 달걀을 만들기 위해 잠깐 거쳐 가는 통로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용한 새뮤얼 버틀러의 이 한 문장이 책 전체의 태도를 미리 보여준다. 주인공은 닭이 아니라 달걀 속의 유전자라는 것.몸은 수단이고 유전자가 목적이라는 뒤집힌 그림이 1976년 처음 나왔을 때, 생물학계는 조용하지 않았다.을유문화사..
지도 밖 일본, 소도시에서 낭만을 줍다목차낭만은 어디서 오는가 왜 하필 소도시인가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이라는 책 이 책이 다르게 보여주는 여행법 소도시 여행, 준비할 때 체크할 것들 언제, 어떻게 가야 할까 자주 묻는 질문낭만은 어디서 오는가왕복 항공권 12만원. 숙박비는 하룻밤에 4만원. 도쿄도 오사카도 아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어느 소도시 얘기다. 요즘 여행 커뮤니티에는 이런 후기가 부쩍 늘었다.다들 어디로 가는지 도시 이름을 검색해봐도 정보가 많지 않다. 블로그 몇 개, 지도 앱의 리뷰 열댓 개가 전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빈틈을 오히려 반긴다. 정보가 없다는 것, 그게 요즘 여행자들이 찾는 낭만이다.왜 하필 소도시인가도쿄역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이미 너무 많다. 오사카 도톤보..
웨이트가 먼저냐 유산소가 먼저냐, 순서 하나가 두 달을 바꿨다목차3개월째 제자리였던 이유 목적에 따라 순서는 갈린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몸이 먼저 안다 쉬는 날에도 순서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3개월째 제자리였던 이유같은 시간에 헬스장에 갔다. 트레드밀 위에서 30분, 그다음 웨이트존에서 40분.순서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석 달을 그렇게 다녔는데 벤치프레스 무게는 40킬로그램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몸은 분명 피곤한데 숫자는 제자리였다.이유는 단순했다. 유산소를 먼저 하면 근육 속 글리코겐이 먼저 소모된다. 에너지가 빠진 상태로 무거운 바벨을 드니 마지막 힘이 남아있을 리 없다. 순서를 바꿔 웨이트를 먼저 하고 유산소를 뒤로 미루자, 넉 주 만에 벤치프레스 무게가 45킬로그램으로 올라갔다. 같은 시..
마감 3분 전, 화면은 하얗게 멈췄다목차마감 3분 전, 화면이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나 302명이라는 숫자 처음이 아니라는 게 진짜 문제 왜 한 회사에 다 맡겼을까 자주 묻는 질문마감 3분 전, 화면이 멈췄다밤 11시 57분. 수시 원서접수 마감을 3분 남기고 '접수 완료' 버튼을 눌렀다.화면은 하얗게 굳었다. 로딩 바는 돌지 않았고, 새로고침을 눌러도 같은 화면만 반복됐다.이 3분은 재수생에게는 1년이고, 재학생에게는 3년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결정한 건 입학사정관도, 면접관도 아니었다. 서버였다.무슨 일이 있었나수시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유웨이 어플라이 시스템이 마감 시간대에 먹통이 됐다. 접속이 몰리자 페이지가 열리지 않거나, 결제 화면에서 멈추거나, 접수 자체가 아예 처리되지 않는 일이 곳곳에서 ..
56년 수배됐던 이름 하나가, 평양에서 조용히 지워졌다목차이름 하나가 사라졌다 1970년 3월 31일, 요도호 아카기 시로, 그리고 아홉 명의 청년들 평양에 남은 삶 지금 이 소식이 갖는 무게 자주 묻는 질문이름 하나가 사라졌다국제수배자 명단에 56년째 남아 있던 이름 하나가 최근 조용히 지워졌다. 아카기 시로. 1970년 일본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간 아홉 명 중 한 명이다.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진 도피극이 재판도, 송환도 없이 끝났다.본인이 직접 체포된 것도 아니다. 죽음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셈이다. 일본 경찰청은 여전히 그를 지명수배자 명단에서 완전히 빼지 않고 있다. 시신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니 사망설로만 남아 있는 상태다.1970년 3월 31일, 요도호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