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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만난 군대 동기, 내 졸업식을 지켜주다경비실 야간 순찰, 7년 미뤄온 졸업식쿵, 철문이 닫히는 소리에 강태윤은 흠칫 어깨를 움츠렸다. 새벽 세 시, 열한 해째 지키고 있는 아파트 경비실에서 나와 야간 순찰을 돌던 그의 손전등 불빛이 주차장 바닥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올해로 쉰셋, 틈틈이 다닌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도 어느새 7년 만에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졸업식 날짜가 적힌 문자 한 통이 휴대폰 화면에 떠 있었지만 그는 선뜻 그것을 열어보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가을바람이 목덜미를 스칠 때마다 괜히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는 밤이었다.상업고등학교 2학년 봄, 공사장에서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은 뒤로 태윤은 그대로 책가방을 내려놓고 생활비를 벌러 나섰다. 그날의 선택이 ..
1. 호텔 로비에서 벌어진 일고급 호텔 로비, 턱시도를 입은 심사위원들 사이로 형사 하나가 섞여 있습니다.경찰 신분을 숨기고 보안과장 명찰을 단 그 사람이 바로 닛타 고스케입니다.체크인 데스크 너머에서는 투숙객의 여권과 예약 정보가 오가고, 로비 소파에서는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두꺼운 원고를 들고 있습니다.커피를 내려놓는 벨보이, 짐을 끄는 투숙객, 명패를 단 심사위원들까지 모두 같은 공간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연기합니다.문학상 심사회장이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바뀌는 순간, 독자는 이미 발을 뺄 수 없습니다.결론부터 말하면 《매스커레이드 라이프》는 호텔이라는 밀실에 문단과 경찰, 손님의 비밀을 한꺼번에 몰아넣은 신작입니다.끝까지 읽으면 매스커레이드 시리즈가 왜 이 시점에 돌아왔는지, 어떤 지점에서 전작과 다..
유학 설명회서 재회한 옛 연인, 지갑 속 낡은 명함 한 장번역가 하준, 다시 찾아온 유학 기회새벽 두 시, 번역 원고 파일을 닫으려던 하준의 모니터에 메일 알림이 똑 울렸다. 베를린의 한 공공정책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최종 합격을 알리는 그 메일을, 그는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화면 아래 찍힌 날짜를 보다가 그는 피식 쓴웃음을 흘렸다.십 년 전 이맘때, 똑같은 합격 통지서를 받고도 결국 가방을 풀었던 기억이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다.서른넷, 하준은 영어와 독일어 번역으로 밥벌이를 해온 지 벌써 팔 년째였다. 남들은 그를 성실한 프리랜서라 불렀지만, 정작 그 자신은 책상 앞에 앉아 남의 문장을 옮기며 늘 반쪽짜리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쓰러졌던 그해, 유학 가방을 풀어버린 뒤로 그는 한..
수요일 토요일15세 소녀와 86세 노인이 일주일에 딱 세 번 만난다는 설정, 이것만으로 이 책을 집어 들 이유가 충분합니다.원고가 겨우 22페이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더 궁금해집니다. 그 짧은 글이 어떻게 독일 13개 출판사를 경합시켰을까요.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기억과 망각,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위트로 풀어낸 덕분에 통했습니다. 예스24 9.6점, 알라딘 9.8점이라는 평점이 그 증거입니다.30초 핵심 요약《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페트라 펠리니의 첫 장편이자 북파머스가 2025년 8월 출간한 번역서입니다.15세 린다와 86세 후베르트가 주 3회 만나며 벌어지는 관계의 변화를 그립니다.저자의 오스트리아 간호사 경험이 소설의 바탕이 됐습니다.22페이지 원고로 오스트리아 지역 문..
시골살이 시작, 무너진 가마 앞에서 만난 스승의 제자흙을 놓았던 손"가마가 무너져 있었다." 수아는 마당 한가운데 선 채 잡초 사이로 머리를 내민 벽돌 더미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지붕 한쪽이 폭삭 꺼져 내려앉은 가마는 늙은 짐승이 모로 쓰러진 모양을 하고 있었고, 10년 전 도예가 한평산 선생님 밑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물레를 돌리던 그 시절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라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흙을 밟고 손끝에서 둥글게 말려 올라가던 그 감촉을, 수아는 이혼과 번아웃을 겪는 사이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석 달 전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 손이 다시 흙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꼭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정수아 씨한테요."전화를 끊고 며칠 뒤 도착한 유품 상자 안..
기차 안에서 마주 앉은 두 여자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피부색은 같지만 한 사람은 흑인으로, 한 사람은 백인으로 살아온 지 오래였습니다.이 장면이 넬라 라슨의 소설 《패싱》의 출발점입니다. 1929년에 처음 나온 이 소설이 2026년 민음사에서 새로 번역돼 다시 서점에 놓입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차별받는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백인 사회가 주는 이익을 스스로 원하고 선택한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30초 핵심 요약넬라 라슨의 1929년 소설 《패싱》이 민음사에서 새로 번역 출간됩니다.흑인 여성 클레어와 아이린이 백인 행세, 즉 '패싱'을 하며 겪는 심리를 다룹니다.소설은 1부 뜻밖의 만남, 2부 재회, 3부 피날레 3막 구조입니다.두 인물은 차별의 피해자가 아니라 백인 정체성의 이익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