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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기가 멈춘 자리에서목차마지막 손님 브레이크 밟은 기사님 문 앞에서 다시 만난 새벽 이 이야기 속 마음 읽기마지막 손님캐리어 두 개와 여권 한 장, 그리고삼 년째 삼키기만 한 말 한마디. 은수는 밤 11시 47분 골목 끝에서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열 시, 인천에서 밴쿠버로 뜨는 비행기 표 한 장이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 이민 가방 안주머니에는 언니 은지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반으로 접힌 채 들어 있었다. 짐을 다 싸고도 어깨는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고, 새로 시작한다는 말이 사실은 도망친다는 말과 얼마나 닮았는지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엄마 장례식장에서 마주 본 뒤로 두 사람은 문자 한 통 주고받지 않았다. 이민을 결심한 것도 어쩌면 언니를 마주치지 않을 가장 먼 핑계였는지 모른다..
장례식 다음 날, 형제는 서로 다른 슬픔을 산다 — 샐리 루니 《인터메초》목차장례식장 로비, 두 얼굴 형 피터, 두 여자 사이의 남자 동생 아이번, 체스판 위의 은둔자 제목이 품은 두 개의 의미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나 애도를 그리는 방식이 다르다 자주 묻는 질문장례식장 로비, 두 얼굴장례식장 로비에 형제가 나란히 서 있다고 상상해보라. 한 명은 조문객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건넨다. 조문록에 이름을 적는 손길 하나, 화환에 적힌 문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챙기는 사람이다. 다른 한 명은 구석 벽에 등을 기댄 채 시선을 피하고, 넥타이 매듭만 몇 번이고 고쳐 맨다. 누가 말을 걸어도 짧은 대답만 돌려주고 다시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같은 아버지를 잃었..
김애란이 8년 만에 고른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방'이다목차방을 나가야 할 때, 사람은 무엇을 챙기는가 일곱 개의 방, 일곱 개의 표정 우아한 집 안의 균열 — 「홈 파티」 떠나야 할 집을 가꾼다는 것 — 「좋은 이웃」 책방, 엄마, 그리고 하루 — 「레몬케이크」 공간이 사람보다 많은 것을 말할 때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자주 묻는 질문방을 나가야 할 때, 사람은 무엇을 챙기는가이사 전날 밤,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 필요 없는 물건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별 의미 없던 벽지 무늬를 눈에 새기듯 오래 바라본다. 창틀에 앉았던 각도, 방문이 삐걱대던 지점, 겨울이면 유독 차갑던 바닥 한구석까지 눈에 담는다.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다 말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 순간도 있다. 사람은 떠나기..
하루 12분이 1시간보다 강한 이유목차짧아도 매일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이 먹어도 유지되는 몸, 비밀은 활동량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운동의 초점 완벽한 자세보다, 완벽하지 않게라도 매일 오늘 당장 시작하는 법 자주 묻는 질문아침 7시, 거실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마친 여든한 살의 배우가 있다. 배우 헬렌 미렌은이 12분짜리 루틴을 60년째 거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무 살 무렵 어느 트레이너에게 배운 동작을 지금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반복한다고 한다. 특별한 기구도, 값비싼 회원권도 필요 없었다. 목과 어깨를 풀고, 다리를 뻗고, 허리를 가볍게 비트는 동작 몇 가지가 전부다. 그사이 유행한 다이어트법이나 운동 기구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정작 그의 하루를 지탱한 건 그런 유행과 무관한 12분이었..
제출 버튼이 안 눌린 그 밤, 대학입시는 멈췄다목차화면은 하얗게 멈췄다 사고의 전말 남의 집엔 원칙, 내 집엔 사정 부모 세대는 몰랐던 위험 기업은 AI를 가르치는데, 대입 시스템은 그대로다 무대 위로 올라온 아이들의 고민 자주 묻는 질문화면은 하얗게 멈췄다밤 11시 50분, 한 수험생은 노트북 화면만 노려보고 있었다. 대학 수시 원서접수 사이트의 '제출' 버튼을 다섯 번, 열 번 눌러도 화면은 꼼짝하지 않았다. 로딩 아이콘만 빙글빙글 돌아갔다. 화면 한구석에는 마감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는 숫자가 매정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채 10분도 남지 않은 그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부모의 얼굴도 점점 굳어갔다. 어머니는 휴대폰으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음만 계속됐고, 아버지는 노트북을 재부팅해보자고 했다가..
얼음 땅을 갖겠다는 남자, 그리고 요동치는 세 개의 시장목차인구 5만6000명의 섬을 향한 선언 왜 하필 지금 얼음 땅인가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어떻게 반응했나 반도체가 끌어올린 중국 증시 유가는 왜 사흘째 내렸나 세 소식이 가리키는 한 방향 자주 묻는 질문인구 5만6000명의 섬을 향한 선언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인구는 5만6000명 남짓이다. 서울 마포구 인구(약 37만명)보다도 훨씬 적고, 웬만한 대학교 한 곳의 재학생 수와 비슷한 규모다. 그런데 이 작은 섬을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영구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국토 면적은 217만㎢로 한반도의 열 배에 달하지만, 정작 이 섬의 값을 매기는 건 사람 숫자가 아니라 얼음 밑에 묻힌 것들이다. 인구밀도로 따지면 지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