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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떠나기 열흘 전, 양철통 속에서 찾은 분꽃 편지이민 가방 싸던 밤, 선생님이 떠올랐다캐리어 지퍼를 끝까지 채우려다 말고, 도현은 손을 멈췄다. 서랍 맨 밑바닥에서 미끄러져 나온 낡은 사진 한 장이 발끝에 툭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반 전체가 운동장 분꽃 화단 앞에 서서 찍은 사진이었고, 맨 앞줄 가운데 선 젊은 여자 선생님의 얼굴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열흘 뒤면 도현의 가족은 뉴질랜드로 떠난다. 일곱 살 아들 하준이 봄가을마다 기침을 달고 살아서, 공기 좋은 곳에서 한번 키워보자고 아내 서연과 반년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짐은 절반도 못 쌌는데 머릿속은 벌써 비행기 안에 가 있는 것처럼 어수선했다.사진 속 선생님 이름은 문정희였다. 도현이 급식비도 겨우 내던 형편에 분꽃 ..
밤의 미술관그림 한 장 앞에서 십 분 넘게 서 있던 적 있습니까. 전시장 불빛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표정이, 밤이 되면 슬그머니 떠오릅니다.《열두 밤의 미술관》은 그 밤의 시간을 책 한 권에 옮겨 놓은 작업입니다. 저자 이지안은 도슨트이자 미술심리해설가로, 병원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화가의 기질과 상처를 읽어내는 사람입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19세기 말 벨 에포크를 살았던 열두 화가의 삶을 통해 화려함 뒤에 숨은 결핍을 추적합니다. 150여 점의 명화가 등장하고, 매일 밤 한 사람씩 도슨트가 안내하는 구성입니다.30초 핵심 요약저자 이지안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화가의 기질과 상처를 읽어내는 도슨트다19세기 말 벨 에포크 유럽을 살았던 열두 화가의 삶을 다룬다클림트, 고흐, 쉬잔 발라동, 파울라..
다섯 번째 낙방 후 바닷마을, 낯선 손을 다시 만나다다섯 번째 낙방, 구름포로 떠나다다섯 번째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진 날, 윤이안은 책상 서랍에 처박아둔 오래된 책들을 꺼내 상자에 담았다.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이제 와서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게무모하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지만, 더는 합격자 발표 화면을 새벽까지 들여다보며 울고 싶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품었던 꿈은 작은 책방 주인이었다. 부모님은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쳤고, 퇴직금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헐어 바닷마을 구름포에 가겠다고 했을 때는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도 이안은 짐을 쌌다. 구름포행 버스표 한 장과, 평생 모은 절판본 책 백여 권이 전 재산이었다.구름포에 도착한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계약한 가게는 선착장 근처..
선거들투표지 한 장에는 생계의 불만과 가치관의 충돌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2024년 미국 유권자는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다시 불러들였고, 헝가리에서는 오르반 빅토르가 자리를 잃었습니다.서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이 변화들이 과연 서로 무관한 사건일까요. 조귀동의 신작 《결정적 선거들》은 이 질문에 100년치 선거사로 답합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18번의 선거를 하나씩 뜯어보며 민주주의 위기의 뿌리가 기성 정치의 균열에 있다고 짚습니다. 끝까지 읽으면 지금의 혼란한 정국을 어떤 틀로 봐야 할지 얻을 수 있습니다.30초 핵심 요약조귀동의 《결정적 선거들》은 지난 100여 년간 세계사를 바꾼 18번의 선거를 다룬다.나치스 부상부터 트럼피즘 귀환까지 시대순으로 선거를 배열한다.한국·일본·폴란드·칠레·헝..
정년퇴직 일주일 전, 운동장에 묻어둔 약속 하나정년퇴직 일주일 전, 운동장에 묻어둔 약속새벽 운동장엔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오경수는 호루라기를 목에 건 채 텅 빈 트랙을 한 바퀴 돌았다. 마흔두 해 동안 이 길을 걸었는데, 이제 딱 일주일 뒤면 더는 이 트랙에 설 일이 없다는 게 영 실감이 나지 않았다.체육 담당으로 평생을 아이들과 뛰고 구르고 넘어지며 살았다. 그런데 막상 정년퇴직이 코앞에 닥치니 마음 한구석이 텅, 울렸다. 퇴직 후에 뭘 해야 할지보다 더 마음을 긁는 건, 평생지기 한만수와의 사이가 어딘가 서먹해졌다는 사실이었다.느티나무 아래를 지나던 오경수가 걸음을 멈췄다. 저 흙 속 어딘가에, 사십 년 전 두 신입 교사가 함께 묻은 양철 상자가 아직 잠들어 있었다. 둘이서 손가락 걸고 약속..
어떻게 뉴스를 위협하는가2017년 6월 15일, 백악관에서 비밀 만찬이 열리던 그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사위 쿠슈너와 러시아의 관계를 파헤친 특종을 내보냈습니다.만찬 자리에 앉은 사람은 편집국장 마틴 배런과 사주 제프 베이조스였습니다. 같은 시각 그들의 신문사는 그 자리의 주인공을 겨누고 있었습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권력이 언론을 '적'으로 몰아세울 때 뉴스룸 안에서 실제로 어떤 판단이 오가는지를 내부자가 직접 기록한 증언입니다.30초 핵심 요약저자 마틴 배런은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존 인물이자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이었습니다.책은 트럼프, 베이조스, 워싱턴포스트 세 힘이 충돌한 현장을 다룹니다.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부터 탄핵, 팬데믹, 의사당 폭동까지의 보도 이면이 담겼습니다.언론의 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