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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연체 중인 책, 노인은 왜 이제야 돌려주러 왔을까목차종이봉투 하나 묻지 않은 이유 카운터 너머의 사람 지민이 내민 것 세 장을 넘기는 용기 새로 받은 대출 카드 이 이야기 속 마음 읽기종이봉투 하나박용수, 일흔셋. 인쇄소를 마흔 해 넘게 운영하다 재작년에 문을 닫았다. 손끝에는 아직도 잉크 냄새가 배어 있다고 그는 믿는다. 이사를 앞두고 서재 서랍을 정리하던 손녀 서연이 누렇게 바랜 종이봉투 하나를 꺼냈다.봉투 안에는 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표지 귀퉁이는 다 닳아 있었고, 안쪽에는 낯선 도장이 찍혀 있었다. "용산구립도서관"이라는 글자 옆에 반납일이 적혀 있었는데, 날짜를 보고 서연은 눈을 의심했다.1986년 3월 12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마흔 해 전이었다.묻지 않은 이유서연이 봉투를 들..
송길영이 '핵개인' 다음으로 꺼낸 단어는 하필 '수고'였다목차표지에 적힌 단어 하나가 걸렸다 핵개인에서 수고인류로, 왜 넘어갔을까 송길영이라는 저자를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 AI 시대에 왜 하필 '수고'인가 핵개인 독자라면 특히 눈여겨볼 지점 자주 묻는 질문표지에 적힌 단어 하나가 걸렸다책 제목에 '수고'라는 두 글자가 박혀 있으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퇴근길 팀장이 건네던 그 인사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표지에 올린 사람이 송길영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그는 숫자와 데이터로 시대의 공기를 읽어온 사람이고, 아무 단어나 골라 쓰는 사람이 아니다.송길영은 다음소프트에서 오랫동안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마음을 추적해온 마인드마이너다. 검색어와 게시글 몇억 건을 긁어모아 그 안에..
고개 15도, 목뼈가 그걸 다 떠안는다목차고개 15도, 목뼈 12킬로그램 몸이 먼저 보내는 신호들 자세는 왜 자꾸 무너질까 각도를 되돌리는 짧은 습관들 뛸 때도 자세는 무너진다 자주 묻는 질문고개 15도, 목뼈 12킬로그램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세어본 적이 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각도, 대략 15도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목뼈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목뼈는 원래 머리 무게 5킬로그램 정도를 수직으로 받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고개가 앞으로 기울어지는 순간부터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15도만 숙여도 목이 버텨야 하는 무게가 12킬로그램 가까이로 뛴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종일 폰과 모니터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 무게를 몇 시간씩 목..
성실하게 다 갚은 사람 옆집엔, 빚을 탕감받은 사람이 산다목차무슨 정책이길래 이렇게 시끄러운가 탕감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 형평성이라는 진짜 쟁점 세대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나 자주 묻는 질문한 사람은 3년째 매달 카드값을 갚느라 커피값도 아꼈다. 그 옆집엔, 비슷한 금액을 빌렸다가 정부 정책으로 원금을 탕감받은 사람이 산다. 두 사람은 같은 동네, 같은 편의점에서 마주친다. 그런데 요즘 둘 사이 공기가 이상하게 서늘하다.무슨 정책이길래 이렇게 시끄러운가정부가 오래 밀린 소액 연체자들의 빚을 정리해주는 배드뱅크 방식의 채무조정 정책을 내놨다. 오랜 기간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 딱지를 달고 살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세운 기구가 채권을 사들여 원금 일부를 깎..
관례를 깼다 — 트럼프가 직접 활주로로 나가는 이유목차관례를 깬 한 장면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공항인가 미중관계, 접점을 찾는 신호 공항 밖, 워싱턴 정가의 다른 소식 이번 만남에서 지켜볼 지점 자주 묻는 질문관례를 깬 한 장면9월23일, 워싱턴 상공으로 전용기 한 대가 내려온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활주로에는 이미 누군가 서 있을 예정이다.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본인이다. 국빈을 공항까지 나가서 직접 맞이하는 미국 대통령은 흔치 않다. 임기 내내 손에 꼽을 만한 장면이라는 뜻이다.보통 이 역할은 국무부 의전장이나 부통령급 인사가 맡는다. 대통령이 직접 트랩 앞까지 걸어 나가는 장면은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번엔 트럼프가 그 역할을 스스로 가져갔다. 맞이할 상대는 ..
시금치가 52% 뛴 날, 내 밥상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목차숫자 하나가 두 달 늦게 도착한다 차례상 물가 5.1%, 채소가 끌어올렸다 생산자물가가 먼저 움직이는 이유 내 가계부에 지금 반영해야 할 것들 폭염이 만든 물가는 예측이 더 어렵다 자주 묻는 질문 오늘부터 달라져야 할 것숫자 하나가 두 달 늦게 도착한다지난달 어느 새벽, 도매시장 시금치 가격표가 통째로 바뀌었다.하루 사이 52%가 뛴 자리였다. 그런데 정작 그 주 동네 마트 진열대 가격표는 그대로였다. 숫자는 이미 움직였는데, 내 장바구니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시차가 이번 달 경제 뉴스의 진짜 핵심이다.차례상 물가 5.1%, 채소가 끌어올렸다올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작년보다 5.1% 늘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