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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던 날, 고양이가 사라진 그 밤다섯 해를 함께한 두부,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던 날연주는 다섯 해 동안 한 몸처럼 붙어 지낸 고양이 두부와 함께, 드디어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날 아침을 맞았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온 지난 몇 년, 반려동물을 받아주는 전셋집을 구하는 일이 얼마나 까마득한지는 발품을 팔아 본 사람만 안다며, 연주는 몇 달을 돌고 돌아 겨우 이 집을 찾아낸 참이었다. 두부는 유난히 좁고 어두운 틈을 좋아해서 책장 뒤나 서랍 사이처럼 몸 하나 겨우 들어갈 공간에 쏙 들어가 몇 시간이나 나오지 않는 버릇이 있었는데, 짐을 싸다가 두부가 가장 좋아하는 낡은 방석을 발견했을 때는 버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이삿짐 상자 맨 위에 슬쩍 올려 두었다. 모서리가 다 닳고 색도 바랜..
1. 야쿠자 집안 아이가 왜 가부키 무대에 서게 됐을까아버지가 죽고 집안이 무너진 자리에, 어린 키쿠오가 혼자 남습니다. 그를 거둔 건 피붙이가 아니라 가부키 명가 탄바야였습니다. 야쿠자의 피와 전통 예술의 세계가 한 소년 안에서 충돌하는 지점에서 《국보》는 시작합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핏줄이 아니라 재능이 운명을 바꾸는 과정을 그린 장편입니다. 상권은 키쿠오가 도제로서 한 분야의 정점에 다가가는 청춘기를 다룹니다.읽고 나면 가부키라는 낯선 전통 예술의 안쪽 풍경과, 타고난 재능을 가진 두 소년이 어떻게 형제이자 경쟁자가 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야쿠자 세계에서 가부키 세계로 건너가는 순간의 낙차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30초 핵심 요약쇠락한 야쿠자 가문 출신 키쿠오가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
5대 은행 임직원 중 주택담보대출 6억원 이상을 받은 사람이 235명입니다. 이 숫자가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순간, 은행장들은 진땀을 흘렸습니다.같은 국감에서 또 다른 숫자가 나왔습니다. 고금리가 길어지며 카드론 한도를 더 못 올리는 카드사에서, 다른 카드론으로 기존 빚을 갚는 돌려막기 금액이 1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입니다.결론부터 말하면, 가계부채 문제는 이제 '얼마나 빌렸나'를 넘어 '누가, 어떻게 빌렸나'를 따지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은행 내부 대출 기준과 카드론 구조까지 들여다봐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30초 핵심 요약5대 은행 임직원 중 주택대출 6억원 이상이 235명으로 국감에서 지적됐습니다.카드사들이 카드론 한도를 더 늘리지 못하자 카드론으로 카드론을 갚는 돌려막기가 1조7000억원 ..
27년 만에 만난 군대 동기, 내 졸업식을 지켜주다경비실 야간 순찰, 7년 미뤄온 졸업식쿵, 철문이 닫히는 소리에 강태윤은 흠칫 어깨를 움츠렸다. 새벽 세 시, 열한 해째 지키고 있는 아파트 경비실에서 나와 야간 순찰을 돌던 그의 손전등 불빛이 주차장 바닥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올해로 쉰셋, 틈틈이 다닌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도 어느새 7년 만에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졸업식 날짜가 적힌 문자 한 통이 휴대폰 화면에 떠 있었지만 그는 선뜻 그것을 열어보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가을바람이 목덜미를 스칠 때마다 괜히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는 밤이었다.상업고등학교 2학년 봄, 공사장에서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은 뒤로 태윤은 그대로 책가방을 내려놓고 생활비를 벌러 나섰다. 그날의 선택이 ..
1. 호텔 로비에서 벌어진 일고급 호텔 로비, 턱시도를 입은 심사위원들 사이로 형사 하나가 섞여 있습니다.경찰 신분을 숨기고 보안과장 명찰을 단 그 사람이 바로 닛타 고스케입니다.체크인 데스크 너머에서는 투숙객의 여권과 예약 정보가 오가고, 로비 소파에서는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두꺼운 원고를 들고 있습니다.커피를 내려놓는 벨보이, 짐을 끄는 투숙객, 명패를 단 심사위원들까지 모두 같은 공간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연기합니다.문학상 심사회장이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바뀌는 순간, 독자는 이미 발을 뺄 수 없습니다.결론부터 말하면 《매스커레이드 라이프》는 호텔이라는 밀실에 문단과 경찰, 손님의 비밀을 한꺼번에 몰아넣은 신작입니다.끝까지 읽으면 매스커레이드 시리즈가 왜 이 시점에 돌아왔는지, 어떤 지점에서 전작과 다..
유학 설명회서 재회한 옛 연인, 지갑 속 낡은 명함 한 장번역가 하준, 다시 찾아온 유학 기회새벽 두 시, 번역 원고 파일을 닫으려던 하준의 모니터에 메일 알림이 똑 울렸다. 베를린의 한 공공정책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최종 합격을 알리는 그 메일을, 그는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화면 아래 찍힌 날짜를 보다가 그는 피식 쓴웃음을 흘렸다.십 년 전 이맘때, 똑같은 합격 통지서를 받고도 결국 가방을 풀었던 기억이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다.서른넷, 하준은 영어와 독일어 번역으로 밥벌이를 해온 지 벌써 팔 년째였다. 남들은 그를 성실한 프리랜서라 불렀지만, 정작 그 자신은 책상 앞에 앉아 남의 문장을 옮기며 늘 반쪽짜리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쓰러졌던 그해, 유학 가방을 풀어버린 뒤로 그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