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죽도록 노력하는가: 성공 신화 뒤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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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위에 세워진 나무

 

한국 사회는 눈부신 경제 성장과 ICT 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그 이면에는 OECD 최저 출산율, 최고 수준의 자살률, 심각한 사회 갈등이라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러한 극명한 대비가 나타나는 이유를 탐구하며, '우리가 왜 이렇게 죽도록 노력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1. 가족 확장성 (Family Expansionism): 공동체 의식의 양날의 검

 

한국인은 가족 중심적 사고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사, 국가 등 사회 시스템을 하나의 거대한 가족처럼 인식하며, 그 안에서 친밀함, 보살핌, 상호 책임을 기대합니다. 식당 주인에게 '이모', '고모'라고 부르는 모습이나 군대 내 사고에 대한 사회의 격한 반응은 이러한 가족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이것이 공동체 발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었지만, 사회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진 현대에는 시스템과 리더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게 하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시 큰 실망과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리더는 이 특성 덕분에 많은 정신적 지지를 받지만, 동시에 무한 책임에 가까운 부담을 지게 됩니다.

 

2. 마음 중시와 진심 추구: 감정 노동과 피로 사회

 

한국 사회는 행동 그 자체보다 그 이면의 '마음'과 '진심'을 중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상대방의 행동이 다소 거칠더라도 '진심은 그게 아닐 것'이라고 해석하며 넘어가거나(욕쟁이 할머니 식당), 반대로 겉으로 잘해주더라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불만족스러워합니다.

 

이는 타인의 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려는 과도한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고객에게 '진심'을 다하라는 요구는 감정 노동을 심화시키고, 괜찮다는 상사를 굳이 집까지 바래다주는 부하 직원의 행동은 진심을 보여주기 위한 '오버'의 예입니다. 이러한 진심 추구는 사회 전반의 피로도를 높이고 비합리적인 기대를 낳습니다.

 

3. 인고(忍苦)의 착각: 방향 잃은 노력과 좌절의 악순환

 

현재의 고통과 힘듦이 미래의 성공과 보상을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 즉 '인고의 착각'이 만연해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고생담을 이야기하지만, 고생 자체가 성공의 원인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고통의 '내용'과 '방향'입니다. 자녀가 시험 볼 때 부모가 집에서 괴로워하는 것은 자녀의 성적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함에도, 많은 부모가 이러한 행위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고 노력을 다했다고 착각합니다.

 

과도한 대학 진학률 역시 이러한 착각의 결과물입니다. 졸업장의 가치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하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이는 결국 개인의 좌절과 가계 부담, 나아가 세대 갈등(기대에 부응 못한 자녀와 희생했다고 느끼는 부모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4. 관계성 (Relationality)과 주체성 (Subjectivity):

 

인정 욕구와 존재감 확인 한국인은 서구의 개인주의와 달리,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고 이해하는 경향(관계성)이 강합니다.

 

또한, 자신이 속한 관계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주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매우 높습니다. 이는 '한턱 쏜다'는 문화를 통해 자신이 주인공임을 선언하거나, 풍경보다 인물이 중심이 되는 사진 촬영 방식 등에서 드러납니다.

 

문제는 현대 사회처럼 익명성이 높고 관계망이 복잡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존재감을 확인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무시당했다'는 감정으로 쉽게 이어져 갑질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하며,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선택까지 좌우하려는 경향 역시 자신의 주체성을 과도하게 투사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5. 복합 유연성 (Complex Flexibility): '이왕이면 다'의 함정

 

직선적이고 양자택일적인 사고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순환한다는 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선호합니다. 이는 '좋으면서 싫은', '슬프면서 기쁜' 감정이 공존 가능하다고 보거나, 짬짜면처럼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곰탕집의 '무료' 김치처럼,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한다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개념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풍요로움과 포용력을 지향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명확한 선택과 집중,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만듭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다 보니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억울함'을 느끼며 외부(정부 등)에 책임을 전가하기 쉽습니다.

 


속도보다 방향, 노력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대

 

과거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이러한 심리적 특성들은, 사회가 고도화되고 개인의 삶이 중요해진 지금 오히려 행복을 가로막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노력의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 중요합니다. 맹목적인 인내 대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때로는 '놀 줄 아는' 여유를 통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사회는 더 이상 '하면 된다'는 막연한 희망 대신 현실적인 정보와 냉철한 조언을 제공해야 합니다. 개인은 타인의 인정에 목매기보다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피상적인 관계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지지해주고 이해해주는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숙을 이루고, 개개인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아갈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열쇄, 맺어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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