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 <최고선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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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의 최고선악론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 교보문고

키케로의 최고선악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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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시작: 삶의 궁극적인 좌표를 찾아서, 

 

고대 로마의 거장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저술한 "최고선악론(De Finibus Bonorum et Malorum)"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이 진정으로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가?'라는 인류의 영원한 질문에 답하고자 시도한 기념비적인 철학서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키케로 자신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를 풍미했던 주요 철학 학파들 – 쾌락을 중시한 에피쿠로스 학파, 엄격한 덕을 강조한 스토아 학파,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이은 아카데미 학파 – 의 견해를 심도 있게 소개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지적 대화의 장입니다.

 

독자는 키케로의 안내에 따라 고대 현자들의 치열한 논쟁 속으로 들어가, 삶의 의미와 행복의 본질에 대한 다각적인 탐구를 경험하게 됩니다.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격정적인 논증이 오가는 가운데, 지적 명료함과 탐구 정신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II. 저자 소개: 로마의 웅변가, 공화국의 철학자 키케로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기원전 106-43년)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가장 걸출한 인물 중 하나로, 그의 이름은 웅변술의 대명사처럼 여겨집니다. 그는 뛰어난 법률가이자 정치가로서 집정관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며, 카틸리나 반란 음모를 진압하는 등 공화국의 격동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정치적 영광만큼이나 시련과 좌절로 점철되었고, 특히 말년에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저술 활동에 몰두하며 위안을 찾았습니다.

 

키케로는 그리스 철학을 라틴어로 번역하고 체계화하여 로마 사회에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특정 학파에 속하기보다는 여러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하는 아카데미 학파의 회의주의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윤리적으로는 개인의 내면적 덕성과 공적 의무를 강조하는 스토아 사상에 깊이 경도되었습니다.

 

"최고선악론"은 바로 이러한 키케로의 철학적 배경과 시대적 고민이 응축된 대표작으로,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고자 했던 그의 열망과 로마 지성인의 고뇌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문장은 명료함, 논리성, 그리고 설득력 있는 수사학적 힘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III. 상세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함)

 

"최고선악론"은 총 5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른 등장인물들이 주요 철학 학파의 최고선(Summum Bonum)과 최고악(Summum Malum)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고, 키케로(혹은 그의 대변자)가 이를 논박하는 대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 1-2권: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주의: 1권에서 루키우스 토르콰투스는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 즉 '쾌락(voluptas)'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최고선)이며 '고통(dolor)'이 최고악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쾌락은 육체적 향락뿐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몸의 고통 없음(aponia)'과 '마음의 동요 없음(ataraxia)'이라는 평온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 덕(virtus)과 같은 가치들도 결국 이 쾌락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됩니다. 2권에서 키케로는 이 주장을 반박합니다. 그는 쾌락만을 목표로 삼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이성적 본성을 격하시키며, 로마인이 중시하는 명예(honestas), 용기, 정의와 같은 고귀한 가치와 공적 의무를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평온함조차도 소극적인 상태일 뿐, 진정한 행복은 덕을 통한 적극적인 활동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 3-4권: 스토아 학파의 덕 윤리: 3권에서는 공화주의의 상징적 인물인 소 카토(Cato the Younger)가 등장하여 스토아 학파의 엄격한 윤리관을 펼칩니다. 스토아 학파에게는 오직 '덕(virtus)'만이 유일한 선이며, 덕을 실현하는 '명예로운 것(honestum)'만이 추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덕은 그 자체로 완전한 행복(beatitudo)을 위해 충분하며, 부, 건강, 명성 등 외부적인 것들은 선도 악도 아닌 '무관한 것(indifferentia)'에 불과합니다.
  • 최고선은 '자연(이성)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4권에서 키케로는 스토아의 주장이 너무 이상적이고 인간 본성의 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건강이나 부와 같이 자연적으로 선호되는 것들을 행복과 무관하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모든 악덕 외의 것들을 동등하게 무관하다고 보는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덕 외에는 어떤 것도 선이 아니라는 극단적 주장의 논리적 문제점을 파고듭니다.

 

  • 5권: 아카데미/페리파토스 학파의 절충론: 5권은 아테네를 배경으로 마르쿠스 푸피우스 피소가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후계자들(페리파토스 학파), 그리고 옛 아카데미 학파의 견해를 소개합니다. 이들은 최고선을 '덕에 따른 완전한 삶'으로 보지만,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는 덕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내적, 외적 좋음(건강, 지적 능력, 친구, 적절한 부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 즉, 덕이 행복의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지만, 다른 좋음들이 행복을 '완성(perfecta)'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키케로는 이 견해가 스토아보다는 더 인간 본성에 부합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스토아적인 '덕의 자족성'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키케로는 각 학파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비교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어떤 삶의 목표가 가장 타당한지 깊이 생각하도록 이끕니다. 마지막에는 아카데미/페리파토스 학파의 절충적 입장에 가장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독단적인 선언 대신 탐구의 여지를 남겨둡니다. 이는 진리 탐구 과정 자체를 중시하고, 성급한 결론보다는 지속적인 사유를 촉구하는 키케로의 철학적 정신을 반영합니다.

 

IV.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1. 서양 윤리 사상의 원형 탐험: 에피쿠로스, 스토아,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철학의 거인들이 제시한 '좋은 삶'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을 직접 비교하며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 윤리학과 행복론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적 자산을 제공합니다.
  2. 논리적 분석력과 비판적 시각 강화: 키케로는 각 학파의 주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치밀한 논증과 반박을 통해 그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의 논증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고를 단련하고, 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3. 삶의 가치관 정립을 위한 깊은 성찰: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쾌락, 덕, 평온, 사회적 기여 등 다양한 가치 기준을 제시하고 성찰하게 합니다. 이는 물질주의와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자신만의 삶의 좌표를 설정하는 데 귀중한 영감을 줍니다.

V.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

  1. 피상적 행복 추구에 대한 경고: 현대 사회는 종종 즉각적인 만족과 외적인 성공을 행복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은 에피쿠로스의 '지속적인 평온'이나 스토아의 '내면의 덕'과 같은 대안적 행복 개념을 제시하며, 진정한 웰빙은 피상적인 쾌락 추구를 넘어서는 깊은 가치와 내면 상태에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2. 개인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재조명: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극대화된 현대 사회에서, 키케로가 탐구하는 '명예(honestas)'와 '의무(officium)' 개념은 개인의 도덕적 삶이 공동체의 안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는 극단적 개인주의를 넘어 공동체적 가치와 시민적 덕성을 회복할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3. 다원화된 사회에서의 건강한 토론 문화 제시: 키케로는 서로 다른, 때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철학적 입장들을 존중하면서도 냉철하게 비판합니다. 이는 다양한 가치관과 신념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성적인 논증을 통해 건전한 토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여줍니다.

VI. 중요 구절 및 해설

  1. "자연은 우리에게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도록 가르친다." (에피쿠로스 학파의 자연주의적 근거): 에피쿠로스주의가 인간의 자연적 본능에 근거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구절입니다. 쾌락 추구와 고통 회피는 인간에게 내재된 자연스러운 경향이므로, 이를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의 출발점입니다.
  2. "덕(Virtus)은 이성(ratio)이 완전하게 발현된 상태이다." (스토아 학파의 덕 정의): 스토아 학파에게 덕은 단순한 좋은 성품이 아니라, 우주를 관통하는 이성(로고스)과 일치하는 인간 이성의 최고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덕을 따르는 삶은 곧 이성적인 삶이며,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입니다.
  3. "최고선은 행위의 기술(ars agendi)에 있다." (아카데미/페리파토스 학파 관점 일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아, 행복은 어떤 상태가 아니라 '덕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좋은 삶이란 올바르게 알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기술' 또는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과정 자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4. "명예로운 것(Honestum)은 그 자체로 추구되어야 한다." (키케로가 강조하는 스토아적 가치): 키케로 자신도 깊이 공감했던 스토아적 관점입니다. 정의, 용기, 지혜와 같은 도덕적 가치는 다른 어떤 이익(쾌락, 부 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의 고유한 가치 때문에 추구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윤리적 입장입니다.
  5. "나는 어떤 학파의 노예도 아니며, 내 자신의 판단에 따라 가장 개연성 있는 것을 따른다." (키케로의 아카데미 학파적 방법론 천명): 특정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탐구하며, 절대적인 확실성보다는 '가장 그럴듯한(probabile)' 주장을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키케로의 철학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그의 열린 마음과 지적 정직성을 나타냅니다.

VII. 주요 특징 및 강점

  1. 생생한 대화 형식과 교육적 효과: 딱딱한 논문 형식이 아니라, 각 학파의 주창자들이 직접 등장하여 서로 논쟁하는 듯한 생생한 대화 형식은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복잡한 철학적 논점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철학 교육의 탁월한 모델이 됩니다.
  2. 키케로의 절충주의적 지혜와 포용성: 키케로는 특정 학파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각 사상의 장단점을 공정하게 평가하려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절충주의적 태도는 독단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며 종합적인 이해에 도달하려는 지혜를 느끼게 합니다.

VIII. 추천 대상 

  • 삶의 의미와 가치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청년 및 성인: 쾌락, 성공, 덕, 평온 등 다양한 삶의 목표들을 제시하고 비교 검토함으로써, 무엇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인지 성찰하고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서양 고전 및 인문학을 통해 지적 성장을 추구하는 독자: 서양 철학, 특히 윤리학의 핵심적인 논쟁과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최고의 입문서이자 심화 텍스트입니다. 고대 로마의 지성사를 이해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데 필수적입니다.
  • 조직의 리더나 의사결정자: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키케로가 보여주는 각 입장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최선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은 윤리적 리더십과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함양하는 데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 논리적 사고와 설득력 있는 토론 능력을 기르고 싶은 학생 및 전문가: 키케로가 각 학파의 주장을 논박하고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방식을 따라가며, 논증 구성, 반론 제기, 명료한 표현 등 비판적 사고와 효과적인 소통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IX. 마무리 및 총평

 

"최고선악론"은 단순한 철학 이론 소개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씨름했던 한 위대한 지성의 고뇌와 탐구의 기록입니다. 키케로는 우리를 2000년 전 로마의 지적 향연으로 초대하여, 시대를 초월하는 삶의 근본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게 만듭니다. 비록 그가 최종적인 답을 명쾌하게 제시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열린 결말 덕분에 독자는 더욱 능동적으로 사유에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얻는 지적 희열과 성찰의 깊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기준을 세울 용기를 줍니다. 고전의 지혜를 통해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최고선악론"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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