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 4조7000억을 건 곳, 원자로 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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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 4조7000억을 건 곳, 원자로 공장이었다

숫자 하나로 시작하자

4조7000억원. 경상남도가 이번에 한 산업에 통째로 걸겠다고 밝힌 금액이다. 반도체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니다. 원자로다. 그것도

기존 원전을 통째로 줄여놓은 소형모듈원자로

, 이른바 SMR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을 묶은 이른바 동남권이 이 돈을 발판 삼아 세계 SMR 생산 거점으로 올라서겠다고 선언했다. 조용한 지방 산업단지 이야기 같지만, 들여다보면 세계 에너지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왜 하필 지금, 원자로인가

탈원전 논쟁이 한창이던 몇 년 전만 해도 원전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뒤집혔다.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늘면서, 전 세계가 갑자기 전기가 모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24시간 돌아가는 서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대형 원전을 새로 짓자니 부지 선정부터 공사까지 10년, 20년이 훌쩍 걸린다. 그 틈을 파고든 게 공장에서 부품처럼 찍어내 트럭으로 옮길 수 있는 SMR이다.

  •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SMR 상업화를 이미 추진 중
  • 영국 롤스로이스가 자국형 SMR 개발에 뛰어든 상태
  • 일본과 프랑스도 차세대 원전 예산을 늘리는 추세

왜 동남권인가

원자로를 배 만들듯 찍어내려면 두꺼운 철판을 다루는 중공업 인프라와 완제품을 실어 나를 항만이 함께 있어야 한다. 동남권은 조선소와 중공업 공장이 밀집한 데다 대형 화물을 바로 배에 실을 수 있는 항구까지 갖췄다.

경남도가 밝힌 4조7000억원은 단순히 공장 하나 짓는 돈이 아니다. 부품 협력업체 유치, 인력 양성, 수출 물류까지 하나의 생태계를 통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도가 스스로 '글로벌 SMR 생산거점'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냉장고 공장이 아니라 원자로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지자체의 승부수.

같은 날, 배터리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경남 SM그룹 계열사인 SM벡셀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미국의 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리튬망간리치, 이른바 LMR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LMR 배터리는 비싼 니켈과 코발트 비중을 확 낮춘 대신 망간을 많이 쓰는 방식이다. 원가를 낮추면서도 에너지 밀도는 유지할 수 있어서, 완성차 업체들이 눈독 들이는 차세대 후보로 꼽힌다. 이번 협력에서는 원통형 전지 형태로 개발부터 검증까지 전주기를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이런 협력은 아무 회사와 맺지 않는다. 배터리는 자동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자, 화재 사고 한 번으로 브랜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검증 단계부터 함께한다는 건, 그만큼 장기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두 장면이 가리키는 하나의 방향

원자로와 배터리, 언뜻 다른 산업 같지만 두 소식은 같은 문장으로 요약된다. 한국 기업과 지역이 더 이상 남이 설계한 제품을 조립만 하는 하청 기지가 아니라,

세계 공급망의 앞단인 설계와 검증 단계부터 참여하는 파트너로 옮겨가고 있다

는 것이다.

물론 선언과 실행은 다르다. 4조7000억원이 실제로 얼마나 집행되는지, LMR 배터리가 양산 단계까지 무사히 넘어가는지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지켜봐야 안다. 다만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에너지와 배터리라는, 앞으로 10년 세계 산업을 좌우할 두 축에서 한국 지방 산업단지가 조연이 아니라 주연급으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핵심 요약

경남·부산·울산이 4조7000억원을 들여 SMR 생산거점을 노리는 동시에, SM벡셀은 미국 완성차와 차세대 LMR 배터리를 공동 개발한다. 두 소식 모두 한국이 세계 공급망의 조립 라인에서 설계·검증 파트너로 이동하는 신호로 읽힌다.

자주 묻는 질문

1

SMR이 기존 원전과 뭐가 다른가?

덩치를 크게 줄여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부지 선정과 건설 기간을 대형 원전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핵심 장점으로 꼽힌다.

2

왜 갑자기 전 세계가 SMR에 몰리나?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는데, 태양광·풍력만으로는 안정적인 대용량 전력을 대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가 동시에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3

동남권이 SMR 생산 거점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조선·중공업 인프라와 항만을 함께 갖춘 지역이라는 강점은 분명하다. 다만 실제 수출 물량 확보와 예산 집행까지 이어지려면 몇 년간의 실행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한다.

4

LMR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와 뭐가 다른가?

비싸고 수급이 불안정한 니켈·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망간 비중을 높인 방식이다. 원가 절감 효과가 커서 완성차 업체들이 차세대 후보로 주목하고 있다.

5

이번 SM벡셀 협력이 왜 의미가 있나?

단순 납품이 아니라 개발부터 전주기 검증까지 함께 진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기업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건 장기적인 핵심 파트너로 대우한다는 뜻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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