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절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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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았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거리를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 번잡한 도로 옆 작은 꽃집에서 연우는 분주히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연우야, 오늘도 손님 많겠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옆 가게에서 빵을 굽던 지호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연우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봄 햇살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그런가 봐. 요즘 꽃을 사 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

 

그렇게 말하며 연우는 꽃을 하나하나 손질했다. 작은 꽃집을 운영한 지 벌써 3년째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꽃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손님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 자체가 연우의 기쁨이 되었다.

그날 오후,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한 남자가 들어왔다. 깔끔한 셔츠에 단정한 머리 스타일, 하지만 어딘가 조심스러운 표정을 띤 사람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꽃을 찾으세요?" 연우는 활짝 웃으며 물었다.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떤 꽃을 사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중요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연우는 반갑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어떤 분인지 말씀해 주시면, 어울리는 꽃을 골라드릴게요."

 

남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에요. 오래도록 곁에 있어 줬고, 힘들 때마다 저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죠. 그런데 한 번도 제대로 감사를 표현한 적이 없어요."

 

연우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용히 연분홍빛 장미와 작은 안개꽃을 골라내었다.

 

"이 꽃을 추천해 드릴게요. 연분홍 장미는 감사와 존경을 의미하고, 안개꽃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뜻해요."

 

남자는 꽃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정말 예쁘네요. 이 꽃다발로 그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가게를 나섰다.

 

연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날 저녁, 가게 문을 닫고 돌아가려던 연우는 문 앞에 놓인 작은 카드를 발견했다. 익숙한 글씨였다.

'당신이 추천해 준 꽃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연우는 미소를 지었다.

꽃이 전하는 감정은 참 신비롭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까지도 꽃 한 송이에 담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기쁘게 꽃을 손질했다.

며칠 뒤, 같은 남자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연우는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

"꽃 선물, 성공하셨나요?"

 

남자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 정말 행복해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또 다른 꽃을 사려고요."

 

연우는 활짝 웃었다.

"좋아요. 이번엔 어떤 꽃을 드릴까요?"

 

그렇게 그들은 다시 꽃 이야기를 나누었다. 꽃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것, 그 따뜻한 진심이 연우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어쩌면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 주는 다리가 아닐까? 그렇게 연우는 오늘도 꽃집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한 송이 한 송이 정성스럽게 꽃을 손질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왔다. 연우의 작은 꽃집에도 여름 꽃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어느 날, 꽃집 앞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꽃이 참 예쁘네요. 저도 언젠가 이런 꽃을 받을 수 있을까요?'

연우는 쪽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남긴 마음 같았다. 그래서 다음 날, 그녀는 꽃집 앞에 작은 바구니를 두었다.

 

'누구든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면, 여기서 한 송이 가져가세요.'

그날 이후, 바구니에는 매일 아침 작은 꽃들이 담겨 있었고, 누군가는 그 꽃을 조용히 가져갔다. 때로는 한 장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는데, 이 꽃 덕분에 웃을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누군가의 친절이 이렇게 기분 좋을 줄 몰랐어요. 저도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따뜻함을 전하고 싶어요.'

연우는 알 수 없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얼굴을 모르지만, 마음은 전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꽃집 앞에서 한 여자가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저... 이 꽃 바구니, 혹시 주인분이 놓으신 건가요?"

 

연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여자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 꽃이 저를 살렸어요. 정말 힘든 날이었는데, 우연히 이 꽃을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연우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꽃이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걸, 저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저도 고맙습니다."

 

그날 이후, 꽃 바구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했다. 그리고 연우는 깨달았다. 작은 꽃 한 송이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꽃집에는 늘 따뜻한 향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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