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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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첫 만남

서울의 봄은 유난히도 따뜻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거리를 장식하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칼을 간질였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도 봄의 기운이 완연했다.

 

연우는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햇살이 그녀의 갈색 머리칼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조용한 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를 흔들 때마다 꽃잎이 흩날리듯 그녀 주위를 감쌌다.

 

연우는 무심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책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끝이 가늘고 단아했다. 그녀는 책에 몰입한 듯 주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연우는 이 장면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연우는 당황하여 눈을 피하려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혹시 저기 있는 책 좀 집어줄 수 있을까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바람에 날린 듯 책 한 권이 떨어져 있었다. 연우는 얼떨결에 걸음을 옮겨 그 책을 집어 주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책을 받아들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연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책 제목을 흘끗 보았다.

 

"도스토옙스키를 읽으시네요?"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연우를 바라보았다.

"네, 전 소설을 좋아해요."

 

연우는 자신도 소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도요. 특히 도스토옙스키는 정말 깊이 있는 작가죠."

 

그녀는 반갑다는 듯 눈을 빛냈다.

"맞아요! 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연우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럼 혹시, 같이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눠볼까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좋아요."

 

그렇게 그들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2장. 가까워지는 거리

연우와 지윤은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며 점점 더 가까워졌다. 처음엔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지만, 점차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지윤은 문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연우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전공은 달랐지만, 두 사람은 책과 영화, 음악에 대한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난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걸 좋아해. 문학과 영화는 다르지만, 결국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방식이잖아."

지윤이 말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맞아. 그래서 좋은 영화는 한 편의 소설처럼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 너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

 

지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비포 선라이즈>. 아주 잔잔하지만, 그 안에 사랑과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연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 영화 정말 좋아하는데. 두 사람이 기차에서 만나 하루 동안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잖아?"

 

지윤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그런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때? 그냥 즉흥적으로, 계획 없이."

 

연우는 그녀의 제안에 가슴이 뛰었다.

"정말? 좋아! 어디든 가보자."

 

그렇게 두 사람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북촌 한옥마을을 거닐며, 한강공원에 앉아 해 질 녘 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날 이후, 그들은 서로를 향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3장. 설레는 순간

시간이 지나면서 연우와 지윤은 서로를 향한 감정이 더욱 깊어졌다. 어느 날 저녁, 연우는 지윤을 한강공원으로 불러냈다. 강가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였고,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다.

 

"오늘은 왜 갑자기 여기로 부른 거야?"

지윤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연우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너랑 같이 이곳에서 야경을 보고 싶었어."

 

지윤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연우를 바라보았다.

 

"그럼, 같이 앉아서 볼까?"

 

둘은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빛이 강물에 반짝이며 부드러운 빛을 흘렸다. 연우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윤아, 나는 네가 참 좋아.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었어. 우리...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지윤은 한동안 말없이 연우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네가 좋아, 연우야."

 

그 순간,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와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한강 위로 달빛이 흐르듯, 그들의 사랑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깊어지고 있었다.

 


4장. 갈림길

연우와 지윤의 관계는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했다.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함께 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가 가진 꿈과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우는 졸업 후 해외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경제학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었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반면 지윤은 한국에 남아 출판사에서 일하며 작가의 길을 걷기를 원했다.

 

"우리가 먼 거리를 두고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지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나는 널 사랑해. 그렇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싶어."

 

서로를 사랑하지만,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현실 앞에서 두 사람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5장. 이별의 순간

결국, 연우는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지윤은 그의 결정을 존중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 꿈을 막고 싶지도 않아."

지윤이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연우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연우의 품에서 조용히 흐느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한 채로 이별을 맞이했다.

 


6장. 시간이 흐른 뒤

몇 년이 지나, 연우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공적인 학업을 마치고, 그는 꿈꿨던 금융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지윤이 남아 있었다.

 

그는 문득, 그녀가 좋아하던 북촌의 작은 카페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그녀를 다시 마주했다.

 

"오랜만이야, 지윤아." 연우가 조용히 인사했다.

 

지윤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오랜만이네, 연우야."

 

서로의 눈빛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이 빛났다.

 


7장. 너에게 닿기를

연우와 지윤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가 살아온 시간들, 겪었던 일들,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길을 걷고 있을까?"

연우가 물었다.

 

지윤은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길이 다르다고 해도, 함께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연우는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마치 오래전 한강에서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여전히 같은 곳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기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로, 그리고 진심으로 함께하기로 다짐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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