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장강명, 바둑기사 30인의 십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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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장강명, 바둑기사 30인의 십 년

바둑판에서 먼저 끝난 미래

2016년 3월, 서울의 한 호텔 방에서 이세돌은 다섯 판 중 네 판을 내줬다. 대국장 밖 기자들은 승패를 세느라 바빴지만, 정작 바둑판 앞에 앉아본 사람들의 표정은 따로 있었다. 그날 이후 십 년, 그 표정이 무엇이었는지 직접 서른 명 넘는 기사들을 찾아가 물은 사람이 장강명이다.

《먼저 온 미래》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알파고가 이긴 건 이세돌 한 사람이 아니라, 바둑이라는 세계 전체가 오랫동안 믿어온 감각과 직관의 자리였다

. 저자는 그 자리가 무너진 뒤 기사들이 무엇으로 빈자리를 채웠는지, 십 년에 걸친 변화를 르포르타주로 기록했다.

장강명이 인터뷰실 30명을 찾아간 이유

전현직 프로기사 30명과 바둑 전문가 6명. 이 책의 취재원 명단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집요하게 이 취재에 매달렸는지 짐작이 간다. 소설가로 알려진 장강명이 왜 갑자기 바둑판 앞에 앉았을까, 라는 의문은 책을 펼치면 금방 풀린다.

그가 바둑을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긴 영역 중에서 바둑만큼 상징적이고, 동시에 기록이 촘촘하게 남아있는 분야가 드물기 때문이다. 대국 기보 하나하나가 데이터로 남아 있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숫자와 장면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취재는 단순한 인터뷰 모음이 아니다. 기사들이 대국 전날 무엇을 하는지, 상대의 수를 어떻게 읽는지,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까지 저자는 하나씩 따라간다. 바둑판 위의 변화를 통해 그는 결국 인간이 기술 앞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켰는지를 묻는다.

  • AI 등장 이후 기사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나
  • 승부에 대한 감각과 태도는 무엇으로 대체됐나
  • 바둑계가 먼저 겪은 변화는 다른 산업에서도 반복될까

장강명이 그린 기사들의 달라진 하루

예전에는 대국을 앞두고 스승이나 선배의 기보를 복기하며 감을 잡았다. 지금은 다르다. AI 프로그램을 켜고 자신의 과거 대국을 돌려보며 어느 수가 최선이었는지, 몇 수 만에 승률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숫자로 확인한다. 감이 아니라 확률로 공부하는 시대가 됐다.

책은 이 변화를 미화하지도, 비관하지도 않는다. 대신 기사들이 그 변화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잃었는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담는다. 어떤 기사는 AI 덕분에 더 정확해졌다고 말하고, 어떤 기사는 예전의 떨림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한다.

흥미로운 건 이 변화가 단번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엔 거부감이 컸고, 다음엔 마지못한 수용이 왔고, 지금은 AI 없는 공부를 상상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십 년이라는 시간축을 따라가다 보면, 기술 수용의 전형적인 곡선을 바둑계 안에서 그대로 목격하게 된다.

바둑계가 이미 통과한 변화는, 곧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승부관이라는 것이 사라진 자리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대목은 '승부관'이라는 단어다. 예전 기사들에게 승부란 상대의 심리를 읽고, 판을 흔들고, 배짱으로 버티는 일이었다. AI 시대의 승부는 그보다 훨씬 건조하다. 최선의 수를 얼마나 정확히 재현하느냐의 문제로 바뀌어버렸다.

장강명은 이 변화를 단순히 삭막해졌다는 식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삭막함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기사들의 입을 빌려 하나씩 찾아 나선다. 실수를 견디는 힘, 패배 이후에도 다시 판 앞에 앉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책을 읽다 보면 바둑이라는 종목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에 더 눈이 간다. 승부에서 진 다음 날에도 다시 연구실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 AI가 정답을 알려주는 시대에, 그 정답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자체를 어떻게 견디는지가 이 책의 진짜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책은 바둑을 넘어선다.

정답이 이미 나와 있는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는가

. 이 질문은 바둑판 위에만 머물지 않고, 이 책을 읽는 독자 각자의 일터로 조용히 옮겨온다.

바둑계 다음은 어디인가, 문학과 다른 산업

저자가 소설가라는 사실은 이 책의 후반부에서 힘을 발휘한다. 바둑계의 변화를 취재하며 그는 계속 자신의 직업, 즉 문학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 역시 AI가 빠르게 파고드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후반부는 바둑을 넘어 문학을 비롯한 산업 전반으로 시선을 넓힌다. 바둑계가 먼저 겪은 변화의 패턴, 즉 거부에서 수용으로, 수용에서 의존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될 거라는 전망이다.

이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둑은 이미 결과가 나온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추측하는 대신, 이미 지나간 변화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저자는 다가올 일을 그려낸다.

제목 그대로 '먼저 온 미래'다

.

항목 내용
저자 장강명
출간 2025년 6월, 동아시아
인터뷰 대상 전현직 프로기사 30명, 바둑 전문가 6명
수상 2026 교보문고 올해의 인문교양 대상

먼저 온 미래가 묻는, 인간이 지켜야 할 것

책의 마지막 장에 가까워질수록 질문은 점점 커진다. 정답을 아는 존재 옆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명쾌한 답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서른 명 넘는 기사들의 각기 다른 대답을 나열하며,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답을 찾도록 자리를 비워둔다.

어떤 기사는 AI를 도구로만 받아들이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끝까지 지킨다. 어떤 기사는 AI의 판단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거기에 맞춰 자신을 바꾼다. 이 두 태도 사이 어딘가에 우리 각자의 자리가 있을 거라는 점을, 책은 은근히 암시한다.

이 책이 인문교양 분야에서 큰 상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AI를 다룬 책은 많지만, 이미 변화를 다 겪은 구체적 현장을 십 년치 취재로 보여주는 책은 드물다. 추상적인 전망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기록이라는 점이 이 책의 힘이다.

핵심 요약

《먼저 온 미래》는 알파고 이후 바둑계의 십 년을 전현직 프로기사 30명과 전문가 6명의 목소리로 기록하며, 그 변화가 문학을 비롯한 다른 산업에서도 반복될 거라는 전망을 담은 르포르타주다.

먼저 온 미래,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

지금 자신의 일자리가 AI 앞에서 흔들린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바둑기사들이 먼저 겪은 혼란과 적응의 과정을 읽다 보면, 막연한 불안이 조금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뀐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실마리가 잡힌다.

글을 쓰는 사람, 특히 문학이나 창작 관련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 각별하게 읽힐 것이다. 저자 자신이 같은 고민을 안고 취재에 나섰기 때문에, 문학과 창작에 대한 시선이 다른 산업 이야기보다 한층 깊고 절박하게 느껴진다.

바둑을 잘 몰라도 상관없다. 이 책은 정석이나 기보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변화 앞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다. 바둑 용어가 낯설더라도 몇 페이지만 넘기면 이야기 자체에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간다.

다만 빠른 결론이나 명확한 해법을 기대하고 펼치면 살짝 아쉬울 수 있다. 이 책은 정답을 주기보다 서른여섯 명의 목소리를 통해 질문을 쌓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 질문들을 끝까지 따라갈 인내심이 있는 독자에게 더 큰 울림을 줄 책이다.

자주 묻는 질문

1

바둑을 몰라도 읽을 수 있나요?

네. 정석이나 기보 설명 중심 책이 아니라, 변화 앞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르포르타주라서 바둑 지식이 없어도 무리 없이 읽힌다.

2

이 책은 언제 나왔고 어느 출판사에서 냈나요?

2025년 6월 동아시아에서 출간됐다.

3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나요?

전현직 프로기사 30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직접 만나 취재했다. 알파고 등장 이후 십 년에 걸친 변화를 추적한 결과다.

4

문학이나 다른 산업 이야기도 나오나요?

바둑계 취재를 바탕으로 문학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AI가 몰고 올 변화를 후반부에서 함께 전망한다.

5

어떤 상을 받았나요?

2026 교보문고 올해의 인문교양 대상을 수상했고, 경향신문·헤럴드경제 등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진 그날, 바둑은 인간이 가장 먼저 기술에게 자리를 내준 영역이 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아들고 있다.

당신의 일터에는 아직 알파고가 오지 않았을 뿐

, 그날이 온다면 당신은 어떤 태도로 판 앞에 앉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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