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80세 반스의 마지막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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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80세 반스의 마지막 소설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멈췄다. 여기,

여든 살의 작가가 '이것이 내 마지막 소설이다'라고 선언

하는 순간을. 죽음을 앞둔 고백이 아니라 마지막 인사말을 미리 준비한 사람의 담담함이 거기 있었다.

당신이 지금 이 리뷰를 읽고 있다면, 아마 '마지막 소설'이라는 말에 끌렸을 것이다. 나이 든 사람만의 이야기일까, 궁금했을 것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줄리언 반스가 이 책에서 무엇을 실험했는지, 그리고 왜 이 책이 단순한 '작별 인사'로만 읽히지 않는지 알게 될 거다.

줄리언 반스, 마지막 책을 쓰기로 한 이유

부커상과 메디치상, 페미나상까지 받은 작가가 새삼 상을 노릴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반스는 80세에 다시 펜을 들었다. 이번엔 완성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소설이 아니라, 애초에 완성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1960년대 옥스퍼드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줄리언과 스티븐, 진. 세 사람이다.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다시 만난다. 흔한 설정 같지만 반스는 이 흔한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앞과 뒤는 있지만 중간이 없는 구조

이 소설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구조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데,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마치 오래된 필름에서 중간 부분이 삭제된 것처럼, 독자는 처음과 마지막 장면만 보고 그 사이를 스스로 채워야 한다.

이건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다. 기억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작동한다는 걸 반스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의 전체를 기억하지 않는다

. 강렬했던 순간의 앞뒤만 붙잡고, 그 사이의 시간은 흐릿하게 지워진 채로 살아간다.

세 사람이 각자 기억하는 옥스퍼드 시절은 서로 다르다. 같은 사랑을 겪었는데도 그 사랑이 다르게 남아 있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간 장면으로, 누군가는 인생을 바꾼 사건으로 기억한다.

소설과 에세이, 편지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글쓰기

반스는 이 책을 픽션과 논픽션, 자서전이 결합된 글쓰기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소설 안에는 편지 형식의 문단이 섞여 있고, 에세이처럼 화자가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거는 부분도 있다. 장르를 나누는 경계를 반스는 이 마지막 책에서 굳이 지키지 않았다.

이런 혼합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수필 같은 문단이 나오면 흐름이 끊긴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반스에게 이건 실수가 아니라 의도다. 인생 자체가 소설처럼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형식으로 보여주는 거다.

  • 소설 형식 - 옥스퍼드 시절의 서사적 장면들
  • 에세이 형식 - 화자가 독자에게 직접 던지는 질문들
  • 편지 형식 - 세 인물 사이에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글

기억은 왜 서로 어긋나는가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무거운 질문은 이거다. 사랑이 두 사람에게 정말 같은 의미였을까. 줄리언과 스티븐, 진이 나눈 그 시절의 감정을 세 사람 모두 같은 무게로 짊어지고 있었을까.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와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서로 다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어긋남 자체가 진실이다.

반스는 답을 주지 않는다. 세 사람 중 누구의 기억이 정확한지, 소설은 끝까지 판정하지 않는다. 독자에게 남겨진 몫은 각자의 기억으로 이 어긋남을 채워보는 것뿐이다.

오랜 세월 뒤의 재회, 그 무게

옥스퍼드에서 만난 세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이 이 소설의 또 다른 축이다. 젊은 시절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 사이에는 수십 년의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대화는 다정하지 않다.

재회는 흔히 그리움의 해소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 소설의 재회는 오히려 새로운 균열을 드러낸다. 서로 다르게 기억해온 시간이 만나는 자리에서, 화해보다는 어긋남이 더 선명해진다.

18개국 동시 출간, 왜 이렇게 주목받았나

2026년 1월, 영국과 미국,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에서 이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80세 노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화제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반스가 여전히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오랜 경력의 작가들이 후반부에 접어들면 익숙한 방식으로 안정된 작품을 내는 경우가 많다. 반스는 반대로 갔다. 마지막 책에서 가장 낯선 구조를 시도했다. 그 선택 자체가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소설이 계속 되풀이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가. 겪은 일이니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앎이 실제로 얼마나 편집되고 왜곡된 것인지는 잘 모른다.

이 질문은 특히 사랑에 관한 기억에서 더 날카롭게 작동한다. 사랑했던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그 기억이 실제 사실과 얼마나 멀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반스는 이 불확실성을 소설의 뼈대로 삼았다.

앞과 뒤는 있지만 중간이 비어 있는 구조 —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 그대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세 가지 이유

왜 지금 이 책을 집어야 하는지 정리해봤다. 단순히 유명 작가의 신작이라서가 아니다.

  • 형식 실험 - 소설·에세이·편지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글쓰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 질문의 무게 - 기억과 사랑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새로운 구조로 다시 던진다
  • 작가의 마지막 - 80세 노작가가 스스로 정리한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는 특별한 위치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이 소설은 친절한 서사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중간이 빠져 있는 구조 때문에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채워야 하는 순간이 계속 나온다. 명확한 결말을 원한다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열린 구조를 즐기는 독자라면 이 책은 오래 곱씹을 만한 텍스트가 된다. 한 번 읽고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펼쳤을 때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핵심 요약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반스가 80세에 쓴 생애 마지막 소설로, 앞뒤는 있지만 중간이 빈 독특한 구조와 소설·에세이·편지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기억과 사랑의 불확실성을 다룬다.

다산북스 번역판, 국내 독자가 마주할 지점

2026년 1월 다산북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는 이 책은 원작의 구조적 실험을 얼마나 살려냈는지가 관건이다. 형식이 복잡한 소설일수록 번역의 문장 호흡이 독서 경험을 크게 좌우한다.

편지와 에세이, 소설이 섞인 문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리듬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을 실험하는 소설일수록 번역가의 선택 하나하나가 독자의 몰입을 결정한다.

옥스퍼드라는 배경이 갖는 의미

세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이 옥스퍼드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학문의 공간, 젊음이 가장 예리하게 벼려지는 시기의 배경이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나는 장면과 대비되면서, 옥스퍼드 시절은 점점 신화처럼 굳어진 기억으로 변한다.

신화가 된 기억은 위험하다. 실제로 있었던 일보다 더 아름답게, 혹은 더 슬프게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반스는 이 신화화 과정을 소설 전체에 걸쳐 은근하게 파고든다.

마지막 책이라는 선언이 주는 무게

작가가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못박는 일은 드물다. 대개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이 마지막 작품이었다는 걸 독자들이 알게 된다. 반스는 이번엔 먼저 선언했다.

이 선언은 소설을 읽는 태도 자체를 바꾼다. 단순한 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되짚으며 남긴 정리라는 걸 알고 나면, 문장 하나하나가 다르게 다가온다.

자주 묻는 질문

1

이 소설은 실제 자서전인가요?

반스는 픽션과 논픽션, 자서전이 결합된 글쓰기라고 소개했다. 완전한 자서전은 아니지만 자전적 요소가 섞여 있는 하이브리드 작품이다.

2

구조가 복잡하다고 하는데 읽기 어려운가요?

앞과 뒤는 있지만 중간이 비어 있는 구조라 처음엔 낯설 수 있다. 다만 선형적 서사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도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3

줄리언, 스티븐, 진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1960년대 옥스퍼드에서 만나 사랑과 이별을 겪고, 오랜 세월 뒤 재회하는 세 인물이다. 각자의 기억이 서로 어긋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4

정말 반스의 마지막 소설인가요?

반스 본인이 이 책을 생애 마지막 책이라고 밝혔다. 80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독자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로 소개됐다.

5

국내 출간은 언제인가요?

다산북스를 통해 2026년 1월 국내 출간될 예정이며, 영국·미국 등 18개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80세의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향한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기억 하나를, 혹시 다른 사람은 완전히 다르게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여러분은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는 사람과 마주한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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