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의사회, 이동 진료
낡은 트럭 한 대가 먼지를 풀풀 날리며 비포장도로를 힘겹게 나아갔다. 이름 모를 풀들만이 간간이 고개를 내미는 황량한 땅, 최근까지도 포성이 간간이 들려왔다는 국경 마을로 향하는 '희망'이라 불리는 이동 진료소였다. 운전대를 잡은 베테랑 의사 한지우의 옆얼굴엔 고단함과 함께 익숙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뒷좌석에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신입 간호사 사라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이 그녀의 첫 파견이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 사라.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러 가는 거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지우의 낮은 목소리가 차 안의 무거운 공기를 가르며 사라에게 가닿았다. 사라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떨리는 눈빛까지 감추진 못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