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머뭇거림
1. 얼어붙은 말들한태성의 사랑은 언제나 소리가 없었다. 그는 말의 힘을 믿지 않았다. 말은 너무 쉽게 뱉어지고, 더 쉽게 변하며, 때로는 진심을 가리는 화려한 포장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은수를 사랑하는 마음을 오직 행동으로만 꾹꾹 눌러 담았다. 은수의 구두 굽이 닳아 있으면 말없이 구두방에 맡겨 두었고, 그녀가 감기에 걸리면 약과 함께 따뜻한 도라지차를 끓여 머리맡에 두었다. 주말 데이트 때는 은수가 좋아하는 메뉴를 파는 식당을 며칠 전부터 예약해 두었고, 길을 걸을 때는 언제나 자신이 차도 쪽으로 섰다. 하지만 은수에게 그 모든 배려는 온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태성 씨는 나 사랑해?” 어느 날 저녁, 은수가 조용히 물었을 때 태성은 묵묵히 그녀의 잔에 물을 채워줄 뿐이었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