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까지
1. 투명한 벽북디자이너 서하준의 세계는 명확한 격자와 계산된 여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단어와 문장 사이의 가장 완벽한 간격을 찾아냈고, 독자들이 가장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글자 크기를 알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앞에서는 언제나 길을 잃었다. 그의 마음은 두꺼운 안갯속에 잠겨, 하고 싶은 말들은 입가에서 흩어지기 일쑤였다. 그런 그의 세계에 김채원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같은 출판사 마케팅팀의 채원은 하준과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그녀의 주변은 늘 밝은 웃음소리와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그녀의 언어는 언제나 직선으로 날아와 상대의 마음에 꽂혔다. 하준은 파티션 너머로 보이는 채원을 몰래 관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녀가 아이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