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신고서 쓰던 밤, 친구가 숨긴 장부 한 권
폐업 신고서 쓰던 밤, 친구가 숨긴 장부 한 권활자 냄새 가득한 공방, 폐업 신고서를 쓰던 밤밤 열한 시, 지안은 혼자 남아 활자 서랍을 하나씩 열어보고 있었다. 오래된 잉크 냄새와 종이 먹은 나무 냄새가 뒤섞여 공방 안을 가득 채웠고, 책상 위에는 아직 다 채우지 못한 폐업 신고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창밖으로는 재건축 공사 가림막이 둘러싼 옆 건물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서랍 맨 아래쪽에서 손끝에 닿은 건 아버지가 남긴놋쇠 활자 '복' 자였다. 지안의 아버지가 이 공방을 처음 열었던 서른 해 전부터 손님들의 결혼 청첩장이며 돌잔치 초대장마다 꼭 한 번씩 찍어주던 글자였고, 지안은 그 활자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 덩어리가 그날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공방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