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의 온기
차가운 액정 화면 위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활자들. 그 속에서 수진은 길을 잃은 듯 표류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이면 세상과 연결될 수 있지만, 어쩐지 그녀는 세상과 단절된 섬처럼 느껴졌다. 메신저 알림음은 경쾌했지만, 그 울림은 수진의 메마른 가슴에 닿지 못하고 공허하게 흩어졌다. 수진은 고개를 숙인 채 낡은 나무 책상에 엎드렸다. 며칠째 밤샘 작업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디자인 공모전 마감일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커녕, 작은 영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때, 현관문 틈 사이로 하얀 봉투 하나가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왔다. 무심하게 봉투를 집어 든 수진은 발신인을 확인하고 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