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해의 마침표, 비 내리는 교차로에서 만난 노란 우산
서른여섯 해의 마침표, 비 내리는 교차로에서 만난 노란 우산첫 번째 장: 마침표가 다가오는 계절, 텅 빈 서랍 속의 온기서른여섯 해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드나들던 사무실의 형광등 불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시리게 명멸했다. 이정우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상 서랍 깊숙한 구석에서 손때 묻은 황동 나침반 한 자루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다음 주면 평생을 전부 바쳤던 이 직장을 영영 떠나야 하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지만, 가슴속을 채운 것은 후련함이 아니라 발 디딜 곳 없는 막막한 두려움뿐이었다.회사라는 견고한 울타리 밖 세상은 그에게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막막한 빙판길처럼 느껴졌다.파티션 너머 후배 직원들은 그의 빈자리를 지울 송별회 장소를 예약하느라 분주하게 떠들고 있었다. 한때 자신이 진두지휘하던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