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오후 네 시
창밖으로 나른한 햇살이 길게 늘어지던 오후 네 시. 우리 집 작은 거실에는 언제나처럼 은은한 홍차 향기가 감돌았다. 지수는 창가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고, 나는 맞은편 소파에 기대앉아 오래된 소설책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 어떤 화려한 순간보다 충만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현우 씨, 이 부분 문장이 참 좋네요. '우리는 모두 시간 여행자다. 매일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가며, 현재라는 아주 작은 점 위에 서 있을 뿐이라고.'" 지수가 뜨개질을 잠시 멈추고 나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오후 햇살처럼 따스했다. "음, 그러게. 마치 우리 이야기 같지 않아? 매일 오후 네 시, 이 시간만큼은 세상 모든 시름을 잊고 딱 이 순간에만 머무는 것 같잖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