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순간
낡은 골목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서윤은 걸음을 멈추곤 했다. 회색빛 건물들 사이에 숨은 듯 자리한 작은 화원, ‘마음 정원’. 간판조차 빛바랜 그곳은 이상하게도 서윤의 발길을 끌었다. 몇 번이나 문 앞을 서성였지만, 안으로 들어갈 용기는 차마 내지 못했다. 마음속 깊은 곳, 누구에게도 꺼내 보이지 못한 상처는 여전히 그녀를 좀먹고 있었다. 마치 뿌리째 뽑힌 화초처럼, 서윤은 메마른 일상을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오후였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서윤은 홀린 듯 ‘마음 정원’의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밀었다. 훅, 하고 끼쳐오는 흙냄새와 싱그러운 풀 내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듯한 은은한 꽃향기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화원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크고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