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의 춤
바닥을 긁는 운동화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낡은 연습실을 채웠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건물 전체에 불이 꺼지고 오직 혜림이 있는 3층 연습실에만 희미한 조명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땀으로 번들거렸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심사위원의 무심한 표정, ‘감정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혜림의 심장을 후벼 팠다. "감정... 감정이라니. 내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녀는 다시 음악을 틀었다. 피아노 선율이 공간을 가득 메우자, 혜림은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동작은 자꾸만 삐걱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거울 속 자신의 등 뒤로, 아주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