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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전 | 박인량 - 교보문고
수이전 |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한 「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시리즈 『수이전』. 고려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 박인량이 저술했으나 현재까지 전해오지는 않는 중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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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안개 속에 잠긴 고려의 기담(奇談), 수이전(殊異傳)
박인량(朴寅亮)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수이전(殊異傳)」"은 한국 문학사, 특히 고려 시대 서사 문학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비록 현재 완본은 전하지 않고 후대의 문헌들("삼국유사", "해동고승전", "대동운부군옥", "태평통재" 등)에 인용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서만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지만, 이 조각들은 당시 고려인들의 세계관, 신앙, 상상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창입니다.
'수이(殊異)' 즉, '특별하고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수이전"은 신비로운 사건, 초현실적 존재, 기이한 운명 등을 다루며 독자를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고려 시대의 신비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그 자체로 완결된 서사라기보다는, 잃어버린 퍼즐 조각들을 통해 거대한 그림을 상상하게 만드는 매혹적인 설화집입니다.
II. 저자 소개: 박인량 (朴寅亮, ? ~ 1096)
박인량은 고려 문종부터 숙종 대에 활동한 문신이자 뛰어난 문장가입니다. 그는 외교관으로서 송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며 국제적인 식견을 넓혔고, 당대 최고의 문장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박인량은 "수이전"의 편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학계에서는 그의 단독 저작인지, 혹은 기존에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편찬자인지, 심지어 편찬 자체에 대한 이견도 존재합니다. 정보가 부족하여 명확히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당대 문단을 대표하는 인물이었고, "수이전"이 고려 전기의 중요한 설화 문학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름은 이 작품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수이전"에 실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들은 박인량 개인의 창작이라기보다는 당대에 유행하던 민간 설화, 불교 설화, 역사적 인물에 얽힌 기담 등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박인량이 가진 문학적 소양과 식견을 통해 집대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III. 상세 줄거리 요약
"수이전"은 단일한 줄거리를 가진 소설이 아니라, 여러 편의 독립된 '기이한 이야기(殊異傳)'를 모아놓은 설화집입니다. 현재 전하는 단편들을 통해 추정해 볼 때, 그 내용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예를 들어, 최치원(崔致遠) 이야기는 신라 말의 천재 문장가 최치원이 신선과 교류하거나 기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등 초인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이는 당대 지식인들의 이상적인 모습과 신선 사상을 반영합니다.
지귀(志鬼) 설화는 선덕여왕을 흠모한 나머지 상사병에 걸려 불귀신이 된 남자의 이야기로, 인간의 강렬한 욕망과 그것이 초래하는 비극적이고 기이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연오랑과 세오녀(延烏郞 細烏女) 이야기는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신화적 설화로, 국가적 상징과 천체 운행에 대한 고대적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김현감호(金現感虎) 설화처럼 인간과 호랑이(로 변신한 처녀)의 사랑과 비극적인 결말을 다루거나, 조신설화(調信說話)처럼 인생무상과 불교적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 또는 심화요탑(心火繞塔) 이야기 같이 특정 인물의 강렬한 염원이 기적을 일으키는 불교 관련 설화 등도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수이전"에 실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들은 신라 시대부터 고려 초기에 이르는 인물과 사건을 배경으로, 귀신, 용, 호랑이, 신선 등 초월적 존재들이 등장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며, 인과응보, 불교적 윤회 사상, 민간 신앙 등이 혼재된 기이하고 환상적인 세계관을 특징으로 합니다.
결말은 때로는 행복하고 교훈적이지만, 때로는 비극적이거나 기이하게 끝나며 인간 존재와 운명의 불가해성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IV.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 고려 시대의 상상력과 세계관 조망: "수이전"의 단편들은 고려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상상했는지, 그들의 종교적 믿음(불교, 민간신앙), 가치관, 불안과 욕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창입니다.
- 한국 서사 문학의 원류 탐구: "수이전"은 한국 고전 소설, 특히 기담 문학 및 전기(傳奇) 소설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후대 문학에 나타나는 다양한 모티프와 서사 구조의 뿌리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이야기의 원형적 매력: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을 매료시키는 신비롭고 기이한 이야기들의 원형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이물(異物)의 교류, 초현실적 사건, 운명의 장난 등은 오늘날의 판타지 문학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요소들입니다.
V.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
- 문화적 뿌리와 정체성 확인: 비록 단편적이지만, "수이전"은 우리 문학의 오랜 전통과 문화적 DNA를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유산입니다. 현대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웹툰, 게임, 영화 등) 창작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 합리주의 이면의 비합리성에 대한 성찰: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 인간 내면의 비합리적 욕망,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동경은 존재합니다. "수이전"은 이러한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성찰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 역사와 설화의 관계 이해: "수이전"의 이야기들은 실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설화적 상상력이 덧입혀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통해 역사가 어떻게 기억되고 구전되며 변용되는지,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허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VI. 중요 구절 및 해설
(주: "수이전" 원문이 소실되어 직접적인 구절 인용은 불가합니다. 대신, 작품의 내용을 대표하는 이야기들의 핵심 내용과 그 의미를 해설합니다.)
- 최치원의 기이한 행적: (내용) 신라 말 최고의 지성 최치원이 신선 세계와 교류하고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이야기. (해설) 이는 당대 지식인들이 동경했던 이상적인 경지, 세속을 초월한 능력에 대한 열망과 신선 사상의 영향을 보여줍니다.
- 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 불귀신이 되다: (내용) 평민 지귀가 선덕여왕을 연모하다 상사병 끝에 불귀신으로 변했다는 이야기. (해설) 신분 차이를 넘는 강렬한 인간적 욕망과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파괴적이고 초현실적인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금기에 대한 도전과 좌절을 다룹니다.
- 김현, 호랑이 처녀를 감동시키다 (김현감호): (내용) 절세미녀로 변한 호랑이와 사랑에 빠진 김현이 그녀의 희생으로 위기를 넘기는 이야기. (해설) 종족을 초월한 사랑과 희생이라는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주제를 다루며, 불교적 인연과 윤회 사상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인간과 이종(異種) 간의 금기된 사랑과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 조신의 꿈 (조신설화): (내용) 승려 조신이 꿈속에서 오랫동안 흠모하던 여인과 결혼하여 온갖 고초를 겪고 인생무상을 깨닫는 이야기. (해설) 불교적 색채가 매우 강한 설화로, 세속적 욕망의 덧없음과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교훈을 '몽자류(夢字類) 설화' 구조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연오랑과 세오녀, 해와 달의 정기: (내용) 신라의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가,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을 찾았다는 이야기. (해설) 단순한 기담을 넘어 국가의 안녕과 천체의 운행이 연결되어 있다는 고대적 세계관, 해와 달을 신성시하는 일월(日月) 숭배 신앙, 그리고 신라와 일본의 고대 관계를 암시하는 신화적 설화입니다.
VII. 주요 특징 및 강점
- '기이함(殊異)'에 초점: 제목 그대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넘어선 특별하고 신비로운 사건과 존재에 집중하여 당대 독자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이는 후대 소설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특징입니다.
- 다양한 설화 유형의 집대성: 신화, 전설, 민담, 불교 설화 등 다양한 유형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고려 초기 설화 문학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성격을 지닙니다.
-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 실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초현실적인 요소와 극적인 상상력을 가미하여 이야기를 재구성함으로써 역사와 문학이 융합된 독특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VIII. 추천 대상
- 한국 고전 문학 및 설화 연구자/전공생: 한국 서사 문학, 특히 설화 및 전기소설의 초기 형태와 발전 과정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텍스트입니다. 고려 시대의 문화와 사상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후대 문헌과의 비교 연구에 유용합니다.
- 역사, 특히 고려 시대의 민간 신앙과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 정사(正史)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고려 사람들의 생생한 믿음, 일상적인 공포와 희망,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역사를 보다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판타지, 기담 문학의 뿌리를 탐색하고 싶은 독자: 현대 판타지 장르에서 익숙한 여러 모티프(인간과 이종족의 교류, 초능력, 환상 세계 등)의 한국적 원형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고유의 상상력과 이야기 전통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이야기 원형과 소재를 찾는 현대 콘텐츠 창작자: 소설, 웹툰,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 자원의 보고입니다. 특히 한국적 색채가 강한 판타지나 역사물 창작에 귀중한 소재를 제공합니다.
IX. 마무리 및 총평
"수이전"은 비록 시간의 풍파 속에 그 온전한 모습을 잃었지만, 남겨진 단편들만으로도 한국 문학사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박인량이라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와 연결된 이 설화집은 고려인들의 꿈과 두려움, 믿음과 상상력이 응축된 결정체입니다.
최치원의 신이한 행적부터 지귀의 비극적인 사랑, 김현과 호랑이 처녀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이 기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들은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흥미로운 질문과 상상력의 불꽃을 던져줍니다.
잃어버린 조각들을 맞춰가며 고려라는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경험은, 마치 안개 속을 헤치며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는 듯한 지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수이전"은 한국 문학의 깊은 뿌리를 이해하고, 우리 이야기의 원형을 만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