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땅, 숨을 쉬다
잿빛 하늘 아래, 스산한 바람만이 맴도는 땅. 한때는 푸르렀을지 모르나, 이제는 검붉은 흙먼지만 날리는 불모지였다. 사람들은 이곳을 '저주받은 땅'이라 불렀다. 공장의 폐수가 스며들고, 정체 모를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무도 살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렇게 땅은 오랜 시간 버려져 있었다. 그런 흉흉한 땅에 하나둘,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이들이었다. 도시의 삶에서 밀려난 노인,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청년, 아이에게 깨끗한 흙 한 줌 밟게 해주고픈 젊은 부부까지. 그들의 눈빛엔 절박함과 일말의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여기서… 정말 살 수 있을까요?" 앳된 얼굴의 지아가 갓난아기를 꼭 끌어안은 채 물었다. 그녀의 남편 민준은 아내의 어깨를 다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