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지만
속도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결승선에서 만난 이야기다은은 이번에도 꼴찌였다.정확히는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조금도 억울하지 않았다.억울하지 않았던 이유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처음부터 천천히 들려주고 싶다.언제나, 대열의 맨 끝새벽 다섯 시 반, 탄천은 아직 어두웠다.대학 러닝 동아리 '달리다'의 아침 훈련은 언제나 이 시간에 시작됐고, 언제나 같은 순서로 끝났다.제일 먼저 들어오는 건 지호였고, 제일 늦게 들어오는 건 다은이었다. "하다은, 오늘도 꼴찌네." 동기 세아가 웃으며 던진 말에 악의는 없었다.그냥 사실이었으니까. 다은은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이 년째 이러고 있었다.남들은 페이스를 이야기하고 기록을 이야기할 때, 다은은 그저 완주를, 그러니까 멈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