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거리
신발을 벗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그날 밤 서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두를 손에 들고 걸었다.발바닥에 닿는 아스팔트는 아직 낮의 열기를 다 내려놓지 못한 채 미지근했다.장마가 막 끝난 밤이었고, 길은 젖어 있었다.그 축축하고 미지근한 감촉이, 이상하게도 서연을 조금씩 제정신으로 돌려놓고 있었다.구두를 벗어 던진 밤세 시간 전, 서연은 회의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이번 캠페인 실패는, 결국 서연 대리 책임이라고 봐야죠." 본부장의 말이었다.사실이 아니었다.시안을 뒤집은 건 클라이언트였고, 일정이 꼬인 건 위에서 컨펌을 두 번이나 미룬 탓이었다.하지만 그 자리에서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대신 늘 그래왔듯, 입꼬리를 정확히 15도쯤 끌어올리며 말했다. "제가 더 꼼꼼히 챙겼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