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약돌 하나
도시의 잿빛 소음은 민준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몇 번의 낙방 끝에 겨우 들어간 회사는 그에게 성취감 대신 무력감만을 안겨주었고, 텅 빈 자취방에 홀로 돌아오면 세상에 오직 자기 혼자만 남겨진 듯한 고독이 습기처럼 스며들었다. 그는 도망치듯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어린 시절의 공기가 그리웠을 뿐이다. 오랜만에 찾은 강가는 여전했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윤슬이 되어 강물 위에서 부서지고, 갈대숲은 바람의 결을 따라 부드럽게 몸을 눕혔다. 민준은 의미 없이 강변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문득, 발치에 놓인 유난히 희고 매끄러운 조약돌 하나에 시선이 멎었다. 손에 쥐자 기분 좋은 무게감과 함께 서늘한 감촉이 전해졌다. 그런데 돌의 표면에는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 먹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