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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인수 마감 열흘 전, 외상 장부 속 이름 하나7년째 야간 알바, 별빛마트 인수를 꿈꾸다밤 열한 시, 윤지원은 삼각김밥 진열대를 정리하다 핸드폰 메모장을 흘깃 봤다. '인수 서류 마감 D-10.'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7년째 야간 알바로 지켜온 이 작은 가게, 별빛마트를 이제 정말 자기 손으로 가질 수 있을지, 가슴이 쿵쿵 뛰었다.스물아홉, 지원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 사이 생계를 이은 건 이 편의점 야간 근무였고, 어느새 '내 가게 하나 갖고 싶다'는 바람은 농담이 아니라 진짜 꿈이 되어 있었다. 손님들 얼굴도, 재고 순서도, 한밤중 손님이 끊기는 시각까지 다 외워버린 가게였다.가게 주인 조영달 사장은 예순둘, 몇 해 전 심장 수술을 받고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았..
새로 이사 온 옆집 할아버지, 떨리던 붓끝의 비밀새로 이사 온 날, 옆집에서 들려온 그 소리이사 온 지 나흘째 되던 날 오후, 장맛비가 양철 차양을 투둑투둑 두드렸고 서은은 흠뻑 젖은 종이박스를 품에 안고 계단 앞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팔 년차 웹툰작가로 구독자 십이만 명을 모았던 연재작 '달빛정원'이 악플 테러로 멈춘 뒤로, 그녀는 펜을 쥐기만 하면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삼 년치 원고를 서랍 깊숙이 밀어넣고,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이 재개발 예정 골목 다세대주택 삼층으로 숨어들었지만, 짐 몇 개 옮기는 일조차 혼자선 버거웠다.그러다 손에 든 박스 손잡이가 뚝 끊어지며 그릇들이 와르르 쏟아졌고, 요란한 소리에 놀란 옆집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어허, 이 복도가 자네 혼자 쓰..
사직서를 접었다 폈다, 선생님이 준 질문 세 가지목차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여자 흔들리는 밤 우연히 만난 얼굴 선생님의 질문 종이 위의 다짐 메일을 쓰다 멈추다 새로운 교실 이 이야기 속 마음 읽기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여자수아의 가방 안쪽 주머니에는 석 달째 접힌 사직서가 들어 있었다.A4 용지 한 장, 열두 줄짜리 짧은 글이었지만 그 무게는 매일 아침 가방을 다르게 느끼게 만들었다.종이 모서리는 이미 닳아서 반질반질했다. 꺼냈다 다시 넣기를 서른 번쯤은 반복한 흔적이었다.마케팅팀 8년 차, 서른셋. 남들은 이제 자리 잡을 나이라고 했다.그런데 수아는 매일 아침 지하철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내리고 싶은 역을 지나쳤다.회사 근처 2호선 역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한 정거장을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