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품은 우체통
겨울 끝자락의 바람이 스산하게 불던 날, 작은 마을의 오래된 우체통 하나가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체통은 붉은색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군데군데 녹이 슬고 빛이 바래 있었다. 이 우체통은 50년이 넘도록 마을 사람들의 편지를 받아왔다.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의 편지, 군대에 간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기도, 바닷가에서 자란 소년이 먼 도시로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인사까지. 이 작은 우체통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편지가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와 이메일이 모든 걸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손편지를 잊었다. 결국, 마을의 행정청은 이 우체통을 철거하기로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 중 한 명이 있었다. 마을에서 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