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머무는 시간
낡은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길을 밝히는 밤이었다. 수현은 하루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채 공원 벤치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푸석한 얼굴 위로 허공을 응시하는 눈동자에는 깊은 고단함이 서려 있었다. 고개를 들자, 검푸른 하늘 한가운데에 은쟁반 같은 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말없이 부드러운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옆자리에 누군가 앉는 기척에 수현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 떨어진 곳에 조용히 앉아, 그녀처럼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서로의 존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괜히 헛기침을 하기도 하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달만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침묵은 어느새 익숙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