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꽃
1. 회색 도시의 라이더 강민호의 세상은 아스팔트와 매연, 그리고 마감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의 낡은 스쿠터는 서울의 혈관을 막힘없이 뚫고 나가는 적혈구처럼, 오늘도 쉴 틈 없이 달렸다. 서류 뭉치, 작은 소포, 잊고 온 휴대폰. 그가 나르는 것은 물건이었고,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신속’과 ‘정확’이라는 두 단어뿐이었다. 감정은 사치였고, 배달지에 얽힌 사연 따위는 궁금해할 여유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오후, 그의 단말기에 조금은 특별한 주문이 떴다.‘피어나, 너의 시간’이라는 작은 꽃집에서 온 다중 배송 요청. 품목은 ‘꽃다발’. “꽃배달은 전문 업체 쓰지, 왜 퀵을 부른담.” 민호는 투덜거리며 헬멧을 썼다. 꽃은 뭉개지기 쉽고, 향기는 거슬렸으며, 무엇보다 돈이 안 되는 배송이었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