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봄
시간은 꼭 고장 난 시계 같았다. 2년 전, 민준이 곁을 떠난 그날 이후로 서진의 시간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계절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거리엔 다시 연둣빛 새싹이 돋고 벚꽃 잎이 흩날리는 봄이 왔지만, 서진이 운영하는 작은 꽃집 ‘오늘의 꽃’은 여전히 한겨울의 스산함 속에 머물러 있었다. 꽃향기가 가득해야 할 공간은 늘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도 그녀의 텅 빈 눈동자에는 그저 흐릿한 색 덩어리로만 보일 뿐이었다. 꽃을 다듬고 물을 주고, 손님에게 건네는 모든 과정이 마치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처럼 기계적으로 반복될 뿐이었다.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는 그녀의 진짜 감정을 가리기 위한 얇은 막과 같았다. “서진아,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이러다 너까지 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