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얼룩진 마음을 지우다
볕이 잘 드는 낡은 골목길 모퉁이, ‘마음 세탁소’라는 정겨운 간판이 세월의 때를 입고 걸려 있었다. 세탁소 주인 김 씨는 희끗한 머리에 늘 깨끗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를 입고 손님을 맞았다. 그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깊이가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저 옷을 맡기러 왔다가도, 김 씨 앞에서는 속마음을 털어놓곤 했다. 김 씨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옷에 묻은 얼룩뿐 아니라, 그 옷 주인이 지닌 마음의 얼룩, 즉 지우고 싶은 고민이나 아픈 상처 같은 것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늦은 오후, 앳된 얼굴의 청년이 잔뜩 구겨진 셔츠 한 장을 들고 세탁소 문을 열었다. 셔츠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얼룩과 함께, 잔뜩 풀 죽은 기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