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여름
첫 번째 여름은 매미 소리와 짠 내 섞인 바람, 그리고 헌책방의 쿰쿰한 종이 냄새로 기억된다. 서울에서 잠시 도망치듯 내려온 서연은 작은 바닷가 마을의 낡은 서점 '시간의 책장'에서 지훈을 만났다. 무더위를 피해 들어간 그곳에서, 지훈은 낡은 시집의 먼지를 털며 서연에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 하나에, 서연의 길고 지루할 것 같던 여름은 통째로 빛나기 시작했다. 둘은 자석처럼 서로에게 끌렸다. 함께 낡은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렸고, 눅눅한 과자를 나눠 먹으며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었다. 지훈은 서연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초판본 시집을 보여주었고, 서연은 지훈에게 복잡한 도시의 삶과 자신의 작은 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은 예고 없이, 그러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여름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