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I. 시작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을 스무 살 무렵 딱 한 번 읽고는 "이게 무슨 로맨스야, 다들 미쳐 있잖아" 하면서 덮어버린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비 오는 밤에 다시 꺼내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소설은 로맨스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집착과 파괴, 그리고 대물림되는 폭력을 정면으로 다루는 고딕 비극이었다. 「폭풍의 언덕」은 요크셔의 황량한 황무지를 배경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라는 두 인물의 뒤틀린 애착이 어떻게 두 세대에 걸쳐 파국을 낳는지를 그린다.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산하고 축축하며, 읽는 내내 바람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19세기 영문학 중에서 이렇게까지 어둡고 타협 없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II. 상세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