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선물
햇살 한 줌 제대로 들지 않는 낡은 골목길. 회색빛 시멘트 담벼락 아래 웅크린 집들이 꼭 닮은 표정으로 겨울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한때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햇살 마을'은 언제부턴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그늘져 있었다. 젊은이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고, 남은 이들은 대부분 고단한 삶의 무게에 지친 노인들이거나, 빠듯한 살림에 하루하루가 버거운 젊은 부부들이었다. 서로의 사정을 뻔히 알기에 위로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새벽, 마을 회관 앞에 이상한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누가 봐도 급하게 포장한 듯 투박한 종이 상자. 그 흔한 리본 하나 달려있지 않았다. 맨 처음 발견한 건 새벽 청소를 나온 영희 할머니였다. "아이고, 이게 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