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의 마음
민준의 세상은 가로세로 몇 미터 남짓한 무균실 안이 전부였다.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그에게 바깥세상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가득한 위험지대일 뿐이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었다. 창문 너머로는 병원 중앙 정원이 보였고, 그 너머에는 소아 병동의 통유리로 된 놀이방이 마주 보였다. 그곳에서 수아를 처음 보았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인 듯했다.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띤 그녀는 민준의 잿빛 세상에 떨어진 한 방울의 수채 물감 같았다. 매일 오후 3시, 민준은 약속처럼 창가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수아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맞은편 창가에 앉은 민준의 시선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며칠 뒤에는 그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민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