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만나는 방법
빛바랜 다이어리 한 권이 수아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사 준비로 몇 년 만에 열어본 낡은 상자 속에서, 마치 숨겨둔 보물처럼 발견된 것이었다. 표지에는 유치한 글씨체로 ‘우리가 무지개를 만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까르르 웃던 어린 날의 수아와 지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에서 소리 지르기’, ‘한여름 소나기 맨몸으로 맞으며 춤추기’, ‘새벽 두 시,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 듣기’… 잊고 지냈던 순수했던 약속들이 빼곡했다. 마지막 장에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보고 웃기’라는, 어쩌면 가장 어려울지도 모르는 항목이 적혀 있었다.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이내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져 왔다..